/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북한이 남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나타난 통일구상을 공식적으로 거부함으로써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12일, “박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민족내부문제를 남의 나라 땅에까지 들고 다니며 흡수통일을 실현해 보려는 본성을 드러냈다.”며 “자기의 몸값을 올려보려고 줴친 반통일 넋두리”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거부 이유는 선언장소, 선언 내용, 기존 남북합의서의 관련성 등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박 대통령이 흡수통일로 이루어진 나라인 독일에서 통일구상을 밝힌 것 자체가 북한 흡수통일의 의도를 갖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 14년 전인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통일과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해 6월, 남북분단 후 첫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습니다. 같은 독일 땅에서 그 당시에는 남한 대통령의 통일구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한 북한이 이제 와서 독일에서 통일구상을 밝힌 사실을 시비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둘째는 박 대통령의 선언 내용이 남북관계 개선과는 거리가 먼 부차적인데다 대북지원과 관련해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언급한 것은 비방, 중상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현실을 호도한 궤변에 불과합니다. 박 대통령의 ‘3대 제안’은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남북 간에 다방면적인 교류, 협력을 실시함으로써, 북한주민의 생활수준을 높이고 민족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하자는데 근본취지가 있습니다. 이것이 어찌 자질구레하고 중요치 않다는 말입니까? 또 계속되는 경제침체와 식량난으로 인해 북한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이를 중상비방이라고 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셋째,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 거부이유로 과거 남북 간에 채택된 여러 합의서를 거론했습니다. 즉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등에서 내세운 최우선적 과제는 인도주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남북 간 정치 군사적 대결상태의 해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한 주장입니다. 이들 4개의 합의서 내용에는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문제해결이 빠짐없이 다 명기돼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6.15 공동선언’을 보면 5개 항목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은 포함돼 있지만 정치 군사적 대결상태 해소문제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이 남북합의서 이행 문제를 언급할 자격조차 없다는 사실입니다. 남북한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해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기고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강행했고 핵보유국임을 선언했습니다. 북한 핵문제는 남북 간 정치군사대결을 크게 부추기는 단초가 됐고 평화통일에 암초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흡수통일을 두려워한다면,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핵포기와 함께 민생문제부터 챙기고 주민들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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