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서는 유난히 ‘젊은 대표’가 눈에 띄었다. 북한의 양태현 대표가 주인공.

그는 37살로 직책은 내각 사무국 성원(직원)으로 돼 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밝혀진 게 없다. 곱상한 얼굴에, 짙은 분홍빛 바탕의 넥타이, 고동색 서류 가방(다른 대표는 검은 색) 등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다른 대표와 달리 흰색 서류봉투를 꺼내놓고 회담에 들어가 뭔가 ‘특별임무’가 있는 듯이 느껴졌다.

북한 전금진 단장은 29일 우리 측 대표단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386세대들이라, 젊은 분들이 (회담에) 끼워넣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다”며 양 대표를 가리켰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박재규(박재규) 통일부장관이 “우리 측에도 386세대가 있다”고 하자 전 단장은 “우리도 시작됐다. 일이 잘 될 것”이라고 했다.

전 단장은 아마도 ‘세대교체’를 회담의 낙관적 전망과 연결시키고 싶은 듯했다. 북한 측 수행원 중에는 또 24살짜리 ‘초보 대화일꾼’도 포함돼 있다. 남북대화사에서 20대가 회담에 나오기는 처음이다. 6월27일부터 30일까지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 북측 대표단도 3명 모두 40대였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보면 북한이 남북대화 담당자들의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인다. 더구나 북한 측 전 단장이 이를 회담 낙관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도 “북한이 서울 구경도 시키고 회담 업무도 배우도록 하기 위해 30대를 포함시킨 것 같다”면서 “앞으로 남북 회담은 과거처럼 논쟁보다는 대화로 풀려나갈 것”이란 기대를 표시했다.

북한의 ‘대화일꾼 세대교체’가 이런 기대대로 남·북한 화해 협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인구 정치부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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