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최근 소식에 의하면 북한의 시장에서 남한의 초코파이를 단속한다고 합니다. 북한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남한의 초코파이는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남한 기업들은 북한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공급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일부 시장에 내다 팔고 있습니다. 초코파이는 개성에서 혜산, 청진 등 전국각지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그 소식이 남한에도 전해져 얼마 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한 남측 가족들은 너도나도 초코파이를 선물로 사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그동안 북한당국은 남한의 상품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을 단속해왔습니다. 북한에는 외국 상품이 많습니다. 자력갱생을 구호로 내걸고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체로 해결한다고 했지만 지금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건의 80%는 다 남의 나라에서 생산한 상품입니다. 상품의 대다수는 중국산이지만 일본산도 많고 미국산도 있습니다. 그런데 남의 민족이 생산한 상품은 괜찮지만 제 민족이 생산한 남한산 상품은 팔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는 상표를 떼고 팝니다. “어디제요?” 하고 물으면 “아래 동네 거예요, 질이 좋은 거 알지 않아요?”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빼앗길까 두려워서, 또 하지 말라는 일을 하니까 저도 모르게 죄의식이 들어 마음을 졸입니다.

북한은 남북을 통일하겠다고 합니다. 통일하려면 남한에 대해서 잘 알아야 될 것입니다. 지금 남한에서는 주민들의 통일열의를 높이기 위해서 또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북한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통일교육원과 같은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개인이나 시민단체들도 북한에 대한 교육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도 북한학과가 있고 북한관련 강의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신문 방송 TV에서는 북한에 대해 너무 많다고 할 정도로 다룹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상당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TV나 드라마, 방송, 출판물을 보면 간첩취급을 합니다. 그리고 남한에서 만든 제품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주민들은 남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삽니다.

북한지도부가 남한을 아는 것을 무섭게 통제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르주아 날라리 사상을 막기 위해 그런다고 하지만 사실은 남한의 발전상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너무 두렵기 때문입니다. 일본이나 미국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주민들은 역사가 다르니까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남한은 문제가 다릅니다. 일제식민지 통치하에서 같은 날에 해방이 되었고 남한주민은 북한주민과 꼭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남한은 북한에 대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초코파이만 보아도 북한주민에게는 쌀 반KG에 해당되는 고급과자이지만 남한에서는 일반 주민들이 특히 아이들이 간식으로 먹기 좋아하는 과자일 뿐입니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오히려 부모들이 될수록 먹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맛은 있지만 칼로리가 너무 높아서 살이 질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지도부로서는 이러한 남한의 실상이 북한에 알려지는 것이 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부르주아 날라리풍, 간첩, 반동 등의 어마어마한 딱지를 부쳐가며 남한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부르주아 날라리풍이 제일 심한 것이 간부들입니다. 언젠가 TV에서 보니 김정은 위원장의 사무실 책상에 미국의 애플회사에서 만든 최신형 컴퓨터가 놓여있었습니다. 북한의 간부들은 밥이 다 되었다고 알려주는 남한의 쿠쿠 밥솥을 좋아하고 화장품도 남한의 것을 제일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이 어쩌다 사먹는 초코파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말하는 것처럼 초코파이에 무슨 사상이 있겠습니까. 북한 지도부의 남한에 대한 열등감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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