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뉴욕-정보라 jungb@rfa.org

영양실조 때문에 길에 쓰러진 동료를 바라보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 고가의 상품이 진열돼 있지만 손님 한 명 없는 국영상점과는 대조적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서민들로 북적대는 장마당의 모습, 기차 선로에 떨어진 석탄을 주워서 파는 주민들의 모습, 이 모두는 바로 ‘북한인 기자’들이 전한 북한 내부 소식들입니다.

이들은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외부세계에 전하는 북한 정권 홍보성 보도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또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양시내 관광지에서 찍어 온 사진이나, 북한 소식을 전하는 외국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은 주민들의 삶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14일 미국 뉴욕의 민간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북한의 내부(Inside North Korea)’라는 주제의 강연회에 초청된 이시마루 지로 기자는 북한 곳곳에 파견한 북한인 기자들을 통해 현지에서 일어나는 각종 소식을 취재한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오사카 사무소 대표인 이시마루 씨는 “몇 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또 북한 당국에 요청도 했지만 외국인으로서 자유롭게 북한 소식을 취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대안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취재 기술을 알려주고 기사를 발췌하고 있다”며 “함께 일하는 북한인 기자들은 보위부의 감시와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의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지난해 미국, 영국, 일본, 한국 등 전세계 언론매체를 통해 북한 내부 소식을 보도한 내용이 나간 것은 무려 20건이 넘습니다.

또 올해 1월에는 미국의 공영방송 PBS가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북한 내부 영상자료를 토대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록영화를 미국 전역에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요즘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보다 중국의 모택동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최근 몇 년간 북한 장마당에서 중국의 인민폐가 차지하는 위치가 북한의 원화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주민의 대부분은 김정일 때보다 먹고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주민들은 정권에 더 이상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계수단을 꾸려가고 있어 지금 북한 내부에서는 시장 경제가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발표한 보고서에 대해 이시마루 대표는 “보고서에 발표된 내용들은 이미 15년 전에 들은 내용이었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일이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기쁜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의 이번 미국 방문은 뉴욕의 자선재단 ‘오픈 소사이어티 파운데이션’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시마루 대표는 뉴욕에 이어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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