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4일 무인항공기 추락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명백하다는 국방부의 발표를 전면 부인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를 제의했다.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검열단은 “무인기 사건의 ‘북소행설’은 철두철미 ‘천안호’ 사건의 복사판”이라는 제목의 진상공개장을 통해 “남조선당국이 떠들어대고 있는 무인기 사건의 ‘북소행설’이 철두철미 천안호 사건의 복사판이라고 낙인 하면서 지금까지 밝혀진 사건 진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검열단은 “남조선 당국의 중간조사결과를 비롯해 무인기 사건의 ‘북소행설’은 발표되자마자 앞뒤가 맞지않는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비상식적인 것으로 하여 내외의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며 “‘북소행’으로 ‘확실시’된다고 지적한 사실 자료들만 보아도 정체불명의 무인기 사건은 ‘천안호’ 사건 때를 신통히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검열단은 “남측의 논리대로 한다면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오가는 비행체는 다 ‘북의 것’으로 되며, 그것이 어떤 물체이든 남측 지역을 촬영한 사진들이 나오면 모두 ‘북의 것’이 된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군사분계선 북측지역에서 남과 북으로 오가는 비행체는 다 남조선 것이며, 북측 지역을 촬영한 사진이 나오면 그 비행체 역시 남조선의 것이라는 귀결이 주어지지 않는가. 사건 해명치고는 단순함을 벗어나 유치하고 천박하기 그지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긴 얼마나 궁색했으면 무인기의 비행방향과 말 못하는 사진은 ‘증인’으로까지 내세웠겠는가 하는 것”이라며 “아마도 사진들이 ‘입’을 열게 된다면 북소행을 떠드는 모략가들의 뺨을 정신이 번쩍 들게 후려갈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 北 “‘기용’이라는 표현 안 써…남조선에서 쓰는 서체”

검열단은 지난달 24일 발견된 ‘파주 무인기’의 리튬이온 배터리 뒷면에 ‘기용 날자, 2013.06.25’와 ‘사용중지 날자, 2014.06.25’라는 북한식 표기(날자)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날짜’를 ‘날자’라고 쓰는 것이 북조선식 표기라고 주장했는데 이런 주장은 초보적인 상식조차 결여된 우격다짐에 불과하다”며 “무식의 결정체”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제품에 ‘기용’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조선말대사전에는 애당초 ‘기용’이라는 단어의 해석조차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열단은 “사람들은 ‘기용’이라는 표현은 남조선에서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구나 무인기에 표기된 글자 서체가 남조선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서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고 많다”고 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북한에서 날아온 무인기가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기용날자’라고 해서 북한 무인기라고 주장하는데 서체는 ‘아래아 한글’ 서체다. 북한은 보통 ‘광명납작체’ 이런 것을 쓰는데 왜 ‘아래아 한글’ 서체가 붙어 있느냐. 이건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파주 무인기 배터리에 부착된 라벨에 쓰인 ‘기용날자’, ’사용중지날자’의 서체는 ‘아래아 한글’뿐만 아니라 북한의 ‘창덕워드’와 ‘MS 워드’에서도 쓸 수 있는 바탕체 글꼴”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북한에서도 아래아 한글을 쓴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한국에서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을 보내주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다운 받으면 다 쓸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검열단은 또 천안함 사건 당시 북 소행의 증거로 제시됐던 ‘1번’ 글씨를 거론하며 “그때 우리는 생산제품에 ‘1호’ ‘2호’라는 표현은 써도 체육선수들처럼 ‘1번’ ‘2번’이라고 쓰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러나 이명박 일당은 누구에게도 통할 수 없는 1번 글씨를 북소행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내놓고 한사코 우겨댔던 것”이라고 했다.

검열단은 “만약 조선어 표기가 있기 때문에 무인기가 ‘북의 것’이 된다는 논리라면 중국어와 일본어 표기, 일본산 장치가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며 “남조선당국이 글자 표기를 근거로 무인기를 ‘북의 것’이라고 우겨대면 댈수록 자기의 무지와 몰상식 만을 드러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열단은 파주와 백령도 무인기에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도 각각 6점이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귀신도 곡할 지문 확인 놀음”이라고 비난했다.

검열단은 “무인기에서 발견됐다는 지문이 남조선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고 해서 무턱대고 북조선 사람들의 것으로 된다는 주장을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 했다면 과연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의 지문도 남조선 사람들의 지문과 다를 터인데 남조선 당국은 북조선 지문만을 확인하는 ‘특별도구’라도 가지고 있는지는 귀신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 北, 정청래 주장 언급하며 “국방부의 터무니 없는 주장에 남조선 내부에서도 반박”

검열단은 무인기 동체에 하늘색 바탕과 흰색 구름무늬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2012년 4월 김일성 생일) 열병식에 나타난 우리 장비(자폭형 무인타격기) 색깔과 같기 때문에 ‘북의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의 주장대로 한다면 하늘색이나 흰색은 다 북조선 색깔이라는 것인데 이에 공감할 사람이 세상이 있기나 하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무인기의 연료통 크기와 기관배기량, 촬영된 사진 등을 검토한 결과 무인기가 최저 180km에서 최고 300km의 항속거리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며 “주변국에서 발진하기에는 짧은 거리이고 그렇다고 남한 내에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에서 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항속거리가 짧으면 짧아서 ‘북소행’이고 항속거리가 길면 길어서 ‘북소행’으로 된다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 남조선 내부에서 단 마디로 반박해 나섰다”며 “총체적 무게가 12kg인 무인기가 항속거리 300km에 필요한 연료를 5kg이나 장착하면 뜨지 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웃지도 울지도 못할 희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청래 의원이 국회에서 “더 웃긴 것은 북한 무인기라면 왕복 270km를 날아가야 하는데 그러면 5kg의 가솔린, 연료를 탑재해야 한다고 한다”며 “12kg짜리 무인기가 5kg 연료를 장착하면 뜰 수가 없다고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언급한 것이다.

국방부는 정 의원 주장에 대해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는 3.4ℓ연료 완충 시 동체 중량은 15.1㎏로 추정된다”며 “엔진 제조사에서 제시한 연비(시간당 1.2ℓ)와 사진판독을 통해 분석된 비행속도(100~120Km/h)를 고려하면 백령도 소형무인기의 항속거리는 250~300km로 분석됐다”고 반박했다.

◆ 北 “공동조사 입장 변함 없다…김장수 실장 대표로 나와야”

검열단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실자료가 공개되면 될수록 무인기 사건의 ‘북소행설’이 완전히 날조라는 것은 더 명백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열단은 또 “위기에 몰릴 때마다 충격적인 사건을 조작하고 그것을 우리와 연결시키며 반공화국 대결광기를 부려대는 것이 남조선당국의 체질화된 악습”이라고 비난했다

검열단은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농협 금융컴퓨터망 마비 사건, 3·20 해킹공격사건, GPS(위성항법장치) 전파교란사건에 이어 무인기 사건 등을 우리와 연계시키는 것은 곧 북남대결을 추구하는 것이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공공연한 파괴로 된다”며 “우리 국방위 검열단은 남조선 당국이 아직까지 천안호 사건의 북소행설을 거둬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2,제3의 천안호 사건을 계속 날조해내고 있는 조건에서 이 모든 것을 해명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천안호’ 사건을 포함한 모든 ‘북소행’ 관련 사건들을 공동조사하자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민족의 거대한 관심 속에 진행될 진상조사에는 남조선의 국가안보를 총괄한다는 청와대 김장수 안보실장이 남측을 대표해 나오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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