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북한의 대남 도발이 갈수록 더 다종화되고 거칠어져 ‘4월 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동해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지역에 포탄사격을 가한 북한이 무인기를 백령도, 서울, 삼척 등지에 내려 보내 정찰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 무인기는 목표지점 촬영 후 북한으로 귀환하던 중 추락했으나 북한은 이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정체불명의 무인기로 남한이 체면을 구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쪽 끝 백령도로부터 동쪽 끝 삼척까지 북한 무인기에 방공망이 뚫린 남한은 7일부터 전군에 무인기 수색작업을 벌이도록 지시했습니다. 북한이 무인기에다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실어 남한지역에 투하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파문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자폭형 무인 타격기를 상당수 보유해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1일, 북한군 지휘관 결의대회 연설에서 ‘현 조선 정세가 엄중하다. 오직 총대로 최후 승리하고 미국의 적대정책을 짓부숴 버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와 같은 긴장고조 행위는 중요 정치행사가 예정돼 있는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이달 중에 최고인민회의 개최, 김일성 생일, 인민군 창건기념일 등 행사를 앞두고 있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말 남한을 방문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북한은 이를 계기로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위협과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배경에는 몇가지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첫째는 대내적으로 김정은의 리더십(통치력)을 강화함으로써 체제를 공고화 하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 후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면서 김정은 자신이 나이는 어리지만 담대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둘째는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속셈입니다. 지난 1년간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정상화에 이어 이산가족상봉 실현 등을 통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심지어 중국마저도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박대통령의 대북정책 지지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에 콤플렉스를 느낀 김정은이 새로운 형태의 대남위협과 도발로 상황을 역전시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이 무인기를 청와대 상공에 띄운 것은 정찰목적은 물론 박 대통령에게 심리적 공포감을 주고 불안감을 느낀 서울 시민들로 하여금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견제케 하려는 심리전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북한과 미국 간 양자 협상을 유도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보입니다. 북한 체제유지의 최대 걸림돌을 미국으로 보고 있는 김정은은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과 마주앉아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조치 없이는 북한과의 대화는 무의미 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앞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는 남한이나 미국이 기존 태도를 바꾸어 대북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오히려 남한과 미국은 북한의 도발, 위협수준이 높아질수록 대북압박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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