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돼 북한 내 권력 2인자로서 입지를 굳혔지만 지난해 처형된 장성택처럼 김정은 정권을 위협할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0일 보도했다.

북한은 전날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회의를 열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하는 한편 장성택이 빠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최룡해를 선출했다.

최룡해는 작년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국방위 부위원장에 선출되면서 북한 3대 핵심권력기관에서 모두 김정은 다음가는 자리를 맡아 명실상부한 북한 내 권력 2인자로 꼽히게 됐다.

하지만 최룡해는 김정은에게 고모부 장성택과 같은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RFA와 인터뷰에서 “최룡해는 북한 내에서 장성택 같은 정치인이 아니다”며 “장성택은 자신의 세력을 규합하는데 관심이 많았지만 최룡해는 명령에 복종하는 이른바 ‘예스맨’ 유형으로 자신의 지위 보전에 신경 쓰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최룡해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김정은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그는 장성택 같은 독립적 행위자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이성윤 교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부터 권력의 2인자로 불리면서 김정은에게 부담스러운 존재였던 장성택과 최룡해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룡해의 2인자 지위는 김정은이 만든 것”이라며 “김정은이 2인자로 최룡해를 끌어 올렸으니까 감히 김정은에게 도전을 한다든지 부담이 되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김정은의 해외 비자금을 관리하는 북한 정권의 금고지기로 알려졌던 리수용 전 스위스 주재 대사가 신임 외무상에 임명된 것은 앞으로 취해질 수 있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에 미리 대비한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전 대사는 과거 외환 관리 경험이 풍부해 북한이 국제 금융제재를 회피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탁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선 리 전 대사가 스위스와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만 20년 넘게 외교관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대유럽 외교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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