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이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자 규명을 위해 아시아에 설치키로 한 현장 사무소 유치를 적극 검토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놓고 내부 토론을 벌였지만 입장 표명을 미뤄왔으며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정부의 소극적 입장이 8일 본지에 보도되자, 정부는 "유엔에서 요청이 올 경우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 관계자는 9일 "유엔 권고의 취지는 북한에 사무소를 두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고 한국이 유력한 후보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유엔에서 요청이 오면 장단점을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가 공개적으로 유치 선언을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중립성을 강조하는 국제 인권 문제의 특성상 우리가 먼저 유치에 나설 경우 다른 인권이사국에서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북한인권위원장인 하태경 의원과 국회 인권포럼 간사인 홍일표 의원 등 여당 의원 55명은 9일 공동 논평에서 "유엔 인권최고대표(OHCHR) 측의 적극적인 제안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외교부의 태도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대한민국에 설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신호로 비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북한인권사무소 유치가 무산될 경우 훗날 북한 주민들의 얼굴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17개 북한 인권 단체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유치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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