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특히 한반도에서 엄청난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다당제(다당제) 민주주의의 성공이 동맹국인 한국을 미국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태도에 변화를 불러왔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주한미군의 수와 주둔기간에 대해 점차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6월에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은 미군 철수 요구를 더욱 증가시켰다. 일본에서도 미군 주둔에 대한 지지는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미군이 두 동맹국에서 철수한다면 아시아 안보상황은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군 주둔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클린턴 행정부는 유감스럽게도 안보체제를 오래도록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었던 한국, 일본과의 공조에 실패했다.

이제 미국은 한국, 일본의 정치지도자들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해 양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하게 됐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이해와 일치한다. 2차대전이 끝난 이래, 미국의 존재는 이 지역 안보협정들간의 접착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동맹국들에게 안보를 제공했고, 역사적으로 적대적·경쟁적 관계에 놓여있던 국가들간의 군비경쟁을 억제 해왔다.

동시에 미국은 패권을 노리지 않는 중재자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서로 불신하는 동북아 국가들 사이에서 온건한 균형세력으로 작용해 왔다.

미국이 일본, 한국과 맺은 양국관계는 미국의 군사·정치·경제적 이익을 보호해왔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핵무기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왔고, 미군을 주둔시켜 왔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핵무기 시대에 핵무기 없이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었고,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번성시킬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남북 정상회담이 보여준 것처럼 동북아에서 미군에 대한 각국 정부와 국민들의 의견은 변화하고 있다. 북한이 앞으로 행동과 정책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에서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여론은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다.

워싱턴, 서울, 도쿄 당국자들은 그러나 이러한 여론을 수용하면 어떠한 결과가 올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에 NATO국가들은 소련 몰락과 독일 통일 후에도 미군 주둔을 환영했다. 같은 이유로 동북아에서 미군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을 것이다.

일본·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미군은 태국과 필리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지역에서 떠날 것이다. 그러나 미군의 철수는 예측불가능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미군이 떠나자 베트남은 태국과의 국경지대에 군사 수만명을 주둔시켰고, 중국은 남지나해의 산호초 미스치프 리프(Mischief Reef)에 전초기지를 세웠다.

미군 철수는 거대한 전략적 공백을 남길 것이다. 군비경쟁과 한반도 주도권 다툼 등으로 이어질 것이며, 나아가 일본과 한국의 안보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미군의 철수보다는 동북아의 변화하는 안보환경을 수용할 수 있도록 미군의 성격을 재설정 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정책일 수 있다. 미군 성격의 재설정 초점은 미군의 목적과 능력에 맞춰야 한다.

그러나 중국과 같이 미국의 존재에 반대하는 세력은 투표 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한다. 또 미군 주둔은 주둔국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동맹국과의 군사적 접촉과 재난 구조 작업, 비상 철수작전, 지뢰 제거, 평화유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미국이 중국과 공유하는 경제, 국제정치적 이해는 크지 않다. 워싱턴은 이것을 진정한 동맹국인 한국·일본의 민주주의 가치와 원칙과 혼돈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미군 주둔은 지역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자신의 군사적 행위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를 꾸준히 재검토해야 한다.

/ 래리 워츨 (Larry Wortzel)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장

/정리=김성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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