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최근 北어선 나포했다 6시간 만에 송환했던 水域
"악마의 소굴 날려버리겠다" 北, 최근 방송 통해 격렬 반발

北 소형 함정에 방사포 실은 火力지원정까지 투입 이례적

북한이 31일 백령도·연평도 등 우리 서북 도서와 가까운 북측의 NLL 7개 수역에서 일제히 대규모 사격훈련(총 500여발)을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은 특히 소형 함정에 122㎜ 방사포를 실은 화력(火力) 지원정까지 이례적으로 투입했다. 또 122㎜ 방사포 이외에 240㎜ 방사포, 100㎜ 및 130㎜ 해안포 등 다양한 포병 화기를 동원했다. 유사시 마음만 먹으면 서북 도서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다.

이날 북한의 사격 과정에서 포탄과 로켓탄 100여발은 NLL 이남으로 넘어와 모두 백령도 북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은 총 8차례에 걸쳐 사격을 했지만 나머지 6개 해역에서의 사격훈련은 단 한 차례에 그쳤고 NLL을 넘은 포탄도 없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이는 북한의 이날 사격이 철저하게 백령도 북동쪽 수역을 겨냥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이 수역은 우리 해군이 지난 27일 오후 백령도 인근 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나포했다가 약 6시간 만에 송환했던 곳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했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어선 나포 다음 날인 지난 28일 "야수적인 만행에 대해 절대로 스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고,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인민군대는 명령만 내리면 악마의 소굴인 백령도를 아예 날려보내겠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남북한 서해 포격의 시간대별 상황.
남북한 서해 포격의 시간대별 상황.
북한이 이날 쏜 포탄 중 일부는 NLL 남쪽 3.6㎞ 해상에 떨어졌고, 우리 군은 K-9 자주포 300여발을 쏘며 강력한 대응 포격을 했다. NLL을 넘어온 북한 포탄 및 로켓탄 100여발의 3배를 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 도발에 대해 3배 이상 대응을 한다는 교전 규칙과 작전 예규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 육지에 포격을 하지는 않아 해안포 진지 등 도발 원점(原點)을 타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날 사태가 악화될 것에 대비해 공군 F-15K에 SLAM-ER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을 장착해 서북 도서 인근 상공으로 출동시켰다. SLAM-ER은 278㎞ 떨어져 있는 창문 한가운데를 정확히 관통해 맞힐 수 있는 정확도를 갖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앞으로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DMZ(비무장지대) 침범 등 패키지로 연결된 계획 도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이번 해상 사격은 계획된 도발이며, 남북 관계에 주도권을 갖고 NLL에 대한 우리 군의 수호 의지를 시험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이례적으로 사격훈련을 우리 측에 사전 통보했고 NLL 북쪽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포격에 대해 추가적인 도발도 하지 않았다. 또 북한은 이날 백령도 인근에서 "우리는 우리 지역에서 정상적으로 포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방송했다.

군은 이날 오전 10시 조업 중이던 어선을 모두 복귀토록 조치했고, 낮 12시 40분쯤 안내 방송을 보내 주민들을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정부는 작년 말 백령도 14곳, 연평도 3곳 등 경보 수신이 어려운 서북 5도의 난청 지역 21곳에 비상 경보 장치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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