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낮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북은 낮 12시 15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해안포와 방사포(다연장로켓)를 동원해 NLL을 향해 500여발을 쐈고, 이 중 100여발이 NLL 남쪽 우리 측 해역까지 날아왔다. 우리 군도 K-9 자주포로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북이 NLL 인근에서 우리 측 해역을 직접 겨냥해 다량의 포탄을 쏜 것은 2010년 11월 북의 연평도 도발 이후 처음이다.

북의 이번 포탄 발사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엊그제 "악마의 소굴 백령도를 날려보내자"는 폭언을 쏟아냈다. 북은 지난 27일 북한 어선이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6시간 만에 돌아간 사건을 문제 삼았다. 우리 군이 불법적으로 북한 어민들을 나포했고 "귀순을 강요하면서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다. 북한 군부는 '복수'를 다짐하더니 어제 NLL 일대에서 대규모 포탄 사격을 실시했다.

북한군은 포탄 사격에 앞서 우리 해군 2함대사령부로 전화 통지문을 보내 훈련 계획을 알려 왔다. 이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국제적 비난을 피해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북이 500발 넘는 포탄을 계속 쏴대는 동안 백령도·연평도 일대의 우리 국민에게는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3년 반 전 민가(民家)에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했던 북의 연평도 도발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또 한 번 악몽(惡夢)에 시달렸다. 북이 이번 도발을 아무리 '훈련'이라 둘러대려 해도 그런 궤변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북한 외무성은 엊그제 발표한 성명에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엔 안보리가 최근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자 핵위협으로 맞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8일 독일에서 북이 핵을 포기하면 남북 교류·협력을 획기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대북 제안을 내놨다. 북은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그 대신 4차 핵실험 카드를 흔들어대고 NLL 일대에서 대규모 포탄 사격을 실시했다. 이것이 박 대통령 제안에 대한 대답이라면 북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있다. 북이 끝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은 회복 불능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중국은 북의 잘못된 선택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 측의 구상과 비전을 직접 들었고,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안보 위기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중국도 원치 않는 상황이다. 이제 중국이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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