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북한전략센터

남북이 분단되고 반 백 년이 더 지났다.

길다하면 길고 짧다하면 짧은 세월 동안 남한과 북한은 여러 면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왔다.
지난 설날만 해도 남한과 북한의 문화는 많은 차이를 보였을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호기심이 일었던 것은 음식이었다.
북한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은 무엇이고, 설날과 같은 명절에는 어떤 음식을 마련할까?

 [북한의 대중적인 음식]
북한에도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음식들이 꽤 있었다. 그 중 대중적인 서민 음식으로는 순대, 만두,비빔밥이 있다. 먼저, 이북식 전통 순대는 돼지고기와 배추시래기 및 갖은 야채에 쌀이 들어가 남한의 순대보다
더 묵직하고 고소하다. 다음으로 만두를 살펴보자. 남한에서는 주로 만두피를 밀가루로 만드는 반면, 북한의 감자막가리만두의 경우에는 생감자를 갈아 건더기와 가라앉힌 앙금으로 만두피를 만들어서 쪄낸다. 이는 밀가루가 귀한 산간지방에서 밀가루 대신 특산물인 감자를 이용해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살린 것이다.

이처럼 지리적인 차이도 음식 문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비빔밥도북한에서는 조금 다르게 조리된다. 황해도의 향토 음식인 해주비빔밥은 밥 위에 해주 수양산에서 나는 고사리와 황해도 특산물인 김을 넣고, 고명으로 닭고기, 돼지고기, 콩나물, 미나리, 버섯, 도라지 등을 얹어 된장이 아닌 양념간장에 비벼먹는다. 비빔밥 위에 고명으로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것도 특이하지만 고추장 대신 간장에 비벼먹는다는 점이 참신하다.
 

북한의 비빔밥 (사진 출처 : 북한 음식점 능라밥상 메뉴판)
북한의 비빔밥 (사진 출처 : 북한 음식점 능라밥상 메뉴판)
전반적으로 북한의 음식은 남한에 비하여 소박하고 소소한 음식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대부분이 특산물과 지역특색을 살린 음식들이라 개성이 묻어나고 음식에 따라 다양한 조리 방식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한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커피 전문점과 베이커리 그리고 서양식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들을 보면, 아직 본연의 음식 색깔을 간직하고 이어가고 있는 북한의 식문화가 왠지 부럽기도 하다. 북한의 음식 문화에대해 살펴본 이번 이사를 통해 신토불이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좋을 것 같다.

 [북한의 명절 음식]
이제 북한의 명절 음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에 대해 새터민 요리사 김하나(27세)씨와 북한에서 작가로 활동했던 임홍일(가명, 55세)씨와 인터뷰를 해보았다.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는 요리사 오디션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 에서 당당하게 10인의 후보에 들었던 김하나씨. 그녀는 고향이 그리울 때면 '두부초밥'을 만들어 먹곤 한다. 북한에서 두부 초밥은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물론 설날과 같은 명절이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얇게 잘라 그 안에 밥을 넣고 마늘과 고춧가루와 파 등을 넣은 양념으로 간을 맞추면 ‘두부초밥’이 완성된다. 남한의 유부 초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김하나씨가 직접 재연한 ‘두부초밥’(ⓒ김하나씨)
김하나씨가 직접 재연한 ‘두부초밥’(ⓒ김하나씨)
다음으로 북한에서는 설날이 되면 주로 송편, 계(비계)돼지고기국밥, 두부초밥, 계란 삶은 것 등을 먹는다.여기서 남한의 떡국과 비슷한 것이 바로 ‘송편’이다. 북한에서는 남한과 달리 떡국을 먹지 않으며, 대신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 송편이나 화전을 빚어서 먹는다. 아래 사진은 김하나씨가 직접 부친 진달래꽃 화전이다. 그 맛만큼이나 모양도 아주 예뻤다.

김하나씨가 직접 재연한 ‘진달래꽃 화전’(ⓒ김하나씨)
김하나씨가 직접 재연한 ‘진달래꽃 화전’(ⓒ김하나씨)
진달래꽃 화전을 포함한 대부분의 화전은 떡을 곱게 빚어서 재료들을 올려 부쳐 먹는 것인데 한국의 떡국과 전을 합쳐놓은 것 같았다. 고운 색감이 우리 조상들의 옛 음식과 많이 닮아있는 듯하다.

 그럼 여기서 잠깐!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북한은 이동에 제한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명절에는 어떻게 이동할까? 이에 대한 답변을 북한에서 작가로 활동 하셨던 임홍일(가명)씨가 자세히 들려주었다.
북한에서는 명절에 부모와 자녀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증명서 발급이 힘들어 만나지 못하고 연하장만 보낸다고 한다.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한데 증명서는 인민보안부(경찰)에서 매달 제한된 숫자만 발급한다. 때문에 권력층이 아니면 증명서 취득이 어렵다. 권력층이 아닌 일반 사람들은 뇌물로돈, 쌀, 고급담배 등을 바치고 증명서를 취득한다. 임홍일씨는 한국에서는 귀성열차표가 선착순으로 돌아가지만 북한에서는 그마저도 권력순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북한의 음식과 명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쩐지 김하나씨와 임홍일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함께 북한 음식을 나누어 먹던 가족이 생각나는 듯 했다. 한국 사람들은 시간과 돈만 충분하다면 가족을 만날 수 있지만, 탈북자들을 그럴 수 없다는 사실 역시 그들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픔은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한에 정착한 수많은 북한이탈주민들, 이산가족 상봉만을 기다리며 남은 여생을 살아가는 남한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아직 남북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 그 날은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가 끝마쳤다. 통일이 된다면 아마 이들이 가장 반갑게 명절을 맞이하고 준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면 다양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