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산운용, 통일코리아 펀드 내놔
이상진 사장 2000년대 초반부터 통일 혜택 언급
통일펀드로 투자자는 수익.판매사는 통일기부금 기여

“북한은 더 이상 증시의 리스크가 아닌 잠재력으로 봐야 합니다.”

신영자산운용 이상진 사장 © News1
신영자산운용 이상진 사장 © News1
지난 13일 '신영마라톤 통일코리아펀드'(이하 통일펀드)를 내놓은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의 말이다. 그는 북한에 대해 2000년대 초반부터 이같은 주장을 펼쳐왔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편승해 급조해 내놓은 펀드가 아니라는 말이다. 신영증권과 신영자산운용 경영진이 공동으로 기획한 통일펀드는 통일과 북한 개방 이후 수혜를 볼 종목에 선별 투자하는 상품이다. 실제로 그는 통일펀드의 주역은 허남권 부사장 등 운용인력들이지 자신은 조연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2007년 5월 남북한 철도가 처음으로 시범 개통될 때 한국판 서부개척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었다. 국민들은 북한이라면 우선 비용 부담을 먼저 떠올리던 때였다. 하지만 그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전쟁 위험 제거에 따른 국가 신용등급 개선 △국가 브랜드 제고와 국내 제품의 이미지 개선 △북한의 양질의 저임 노동력 공급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 △남한의 부동산 가격 안정과 임금 상승 억제 등이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 있다고 했다.

통일펀드는 이처럼 10여년 가까이 이어온 이 사장과 신영증권.신영자산운용의 가치투자철학이 녹아든 상품이다.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때를 기다리는 전략은 통일펀드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상품인 마라톤펀드의 철학은 신영마라톤 통일코리아펀드에도 그대로 옮겨와 전력질주로 몇걸음 떼지 못해 지치고 마는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 스타일로 통일을 준비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통일펀드는 업종별로는 남북 경제협력 확대 과정에서 주목받게 될 사회간접자본(인프라) 관련주(건설, 유틸리티, 운송, 물류, 철도, 통신)와 음식료, 의료, 관광 업종이 주요 투자대상이다.

이 사장은 “통일 관련 협력이 장미빛 시나리오대로 풀리지 않을 수 있지만 ‘아무리 퍼 주어도 남는 장사’는 아닐지라도 짭짤한 장사가 될 것 같다”는 말을 즐겨 한다. 워렌 버핏이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갖는 여러 이유 중 하나에도 북한 변수의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인다.

펀드매니저 출신인 이상진 사장은 업계에서 매년 꾸준한 수익률을 올리는 대표적인 가치 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신영증권 등을 거쳐 1996년 신영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합류해서 2002 ~ 2003년 출시 이후 누적 수익률 400%를 넘긴 신영밸류고배당펀드, 마라톤펀드 등의 산파역을 맡아왔다.

통일펀드는 출시 한 달 간 신영증권에서 독점 판매된다. 보수의 일부는 남북협력을 위한 대북 관련 사업 및 기금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 통일펀드로 펀드 투자자는 수익을 올리고 판매.운용사인 신영증권.운용은 기부금으로 작게나마 통일에 기여하고 싶은게 이 사장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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