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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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신당국이 개인집 유선전화 번호를 자주 바꾸어 놓아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양에서 국경지방으로 여행 왔다는 한 여성은 “오기 전에 남포 사는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번호가 또 바뀌었다”면서 “평양만 번호를 바꾸는 줄 알았는데, 다른 지방도 자주 바꾸어 쓰기 불편하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여성은 툭하면 체신국에서 전화번호가 바뀌었다고 통보해준다면서 왜 전화번호가 자주 바뀌는지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의아해했습니다.

북한은 다른 나라처럼 개인이 쓰는 전화번호를 오랫동안 자기 소유로 유지할 수 없고, 또 특정 번호인 경우, 값을 더 내고 독점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통신을 담당한 체신국이 임의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여성은 전화번호가 드물게는 1년, 빠르면 6개월에 한 번씩 바뀌는 때도 있다며 자기 연락처를 한번 고정시키기가 힘들다고 터놓았습니다.

고정된 전화번호가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친척들에게 계속 알려줘야 하고, 또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서로 연락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게 여러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그는 “손전화를 쓰는 간부들이나 잘 사는 사람들은 별 문제 없겠지만, 유선전화만 써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큰 불편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체신국의 이러한 전화번호 바꾸기가 주민 통제를 위한 얕은 수가 아닌가는 의심도 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민은 “집전화를 통해 평양과 다른 지방의 물가를 매일 알아볼 수 있어 장사도 훨씬 편해졌다”면서 “지도부나 체제를 욕하는 것 외에는 웬만한 말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2007년에도 3천 원 이상 전화비가 나오는 사람들을 장사꾼이라고 감시대상에 올렸던 적이 있다”면서 “지금도 그런 장사를 막기 위해 번호를 바꾸는 것 아닌가”고 의심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비밀이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번호를 바꾼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중국 방문 왔다는 한 주민은 “사람들이 웬만한 정보는 다 암호로 약속하기 때문에 소문이 금방 퍼진다”면서 “손전화도 많이 늘고 유선전화도 많아 정부에서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워 그러는 것 아닌가”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함흥시는 도시 주민 약 30%가 아직도 유선전화를 쓰고 있다”면서 “손전화보다 비용이 덜 들어 장거리 통화를 할 때 쓰고 싶은데 번호가 자주 변해 불편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손전화 사용자가 늘어나는 대신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오히려 정체되어, 3년째 110만 회선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워싱턴-정영 jungy@rf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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