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대통령 개막식 축사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 한반도 북쪽 사진 언급하며 "마치 바다처럼 보여 착잡"
"통일은 대박이라는 의미엔 南·北韓이 인류와 함께 하는 번영의 가치가 모두 함축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이 마치 바다처럼 보여, 마음이 착잡했다”고 언급한 한반도 야경이 담긴 위성사진. 북한 지역은 깜깜하고 남한 지역은 밝다. /미 국립항공우주국(NASA)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이 마치 바다처럼 보여, 마음이 착잡했다”고 언급한 한반도 야경이 담긴 위성사진. 북한 지역은 깜깜하고 남한 지역은 밝다. /미 국립항공우주국(NASA)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제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개막식 축사에서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골고루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더 나아가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에 '공동 번영'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북한 동포 고통 해소해야"

박 대통령의 축사는 최근 언론이 보도한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됐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북한과 환한 불빛으로 반짝이는 남한 모습이 대비되는 사진이다. 그는 "볼 때마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사진"이라면서 "한반도가 직면한 현실과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이면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년"이라며 "분단은 이산가족 상봉에서 보듯이 남북 간에 천륜과 인륜을 끊어 버린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그동안 북한은 고립과 단절의 길을 걸어왔고 세계 평화와 동족의 삶을 위협하는 핵 개발에 집착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제 한반도 전체를 희망의 터전으로 바꿔 나가야 할 때"라며 "북녘 동포들의 삶의 어려움과 고통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전 남북 분단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났다"며 "'통일이 되어 다시 만나자'고 했던 그들의 소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통일은 아시아 공동 번영 견인"

박 대통령은 작년에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 순방 외교를 통해 '통일은 한반도 주변국들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신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날 축사에서는 그 점이 더욱 강조됐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한반도를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해서 동아시아 전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번영의 불빛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제가 꿈꾸는 한반도 통일 시대"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2층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막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준비위원회에서 ‘통일 한국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준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종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2층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막식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준비위원회에서 ‘통일 한국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준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종찬 기자
또한 그는 "통일 한국에는 전쟁의 공포도, 핵 위협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통일 한국'이 주변국에 '위협'이 되기보다는 "아시아의 공동 번영과 협력을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교류와 개방'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면서 한반도 평화통일과 주변 지역의 공동 번영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유럽과 아시아를 철도와 가스·전력망으로 연결하는 것이고 한반도는 그 출발점이다.

박 대통령은 올 초 신년 구상을 밝히면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급변 사태를 가정(假定)한 표현이란 지적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박이라는 의미에는 평화와 자유, 인권은 물론 남북한이 인류와 함께 누리는 번영의 가치가 모두 함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독일처럼) 한반도에도 통일의 역사적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가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통일 과정과 통합 과정을 위한 구체적 준비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변화는 희망과 진통을 동반한다. 거대한 변화를 위해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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