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께 드립니다.

저는 1997년에 탈북하여 대한민국에 정착했습니다. 저는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업고 탈북하는 과정에서 북한 국경경비대에 두 번이나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습니다. 저희들 때문에 북한에 남은 외삼촌을 비롯한 가족들은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처형당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들을 키우면서 그 아이가 태어나고 떠나온 북한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된 ‘신이 보낸 사람’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면서 저와 아들은 일체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곳이 별로 없어서 심야 영화를 봐야 했지만 아들은 눈도 한번 까딱하지 않고 영화에 집중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충격과 감동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생후 4개월에 떠나와서 아빠의 얼굴조차 기억에 없는 제 아들이 영화를 보고 와서 저의 손을 꼭 잡으며 “엄마 고마워, 대한민국 사람들은 진짜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돼” 라고 말했습니다. 아들로부터 “고맙다”라는 말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저 역시 가슴이 찢어지고 아파서 영화를 본지 일주일이 되도록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처참하고 잔인한 북한의 실상을 영화가 너무 잘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제대로 된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참혹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통일정책은 탁상용 교재일 뿐입니다. 국민들이 북한주민들의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주민들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고, 그들에게 해방과 자유를 선물하기 위해 싸울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압제로부터 해방되고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은 없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을 선사하는 것이야 말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통일 대박’일 것입니다.

탈북민들은 2012년 2월부터 현재까지 733일째 탈북자 강제 북송반대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마지막 희망은 북한주민들의 생명을 지켜주고 그들에게 자유를 선
물하는 일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께서 먼저 ‘신이 보낸 사람’ 영화를 보시고 이 나라 지도자들과 전 국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이 위대한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을 모두가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하루빨리 통일 대한민국을 이뤄내고 ‘통일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