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현지 연설로 도라산이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미 개성이 눈 안에 담기는 전망대와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 제3땅굴 그리고 판문점이라는 분단 관광재들에 이번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철도 침목이 호재로 더해진 셈이다.

분단 분계선에 쳐져 있던 녹슨 철조망을 잘라 관광상품으로까지 개발할 참이라 한다. 이처럼 분단 관광재 위주로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역사 관광재 개발을 더하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도라산 역사 관광재 1호는 한양·개성·평양을 이었던 봉수대(烽燧臺)의 원형 복원이다. 민족 염원의 봉화를 올릴 수 있어 분단 최북단의 관광재로 안성맞춤이다. 봉화를 못 올리게 하면 풍선이나 종이학이라도 날림으로써 민족의 농축된 한을 희석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도라산은 정중부(鄭仲夫)가 난을 일으킨 현장으로 무신(武臣)정치가 시작된 현장이기도 하다.

고려 의종(毅宗)이 이곳 달령(獺嶺)에서 문신들과 더불어 술과 시로 밤을 지새우자 이를 경호하던 무신들의 불만을 정중부가 수렴, 난을 일으킨 것이다. 도라산 인근에 개울이 하나 있어 못을 이루고 있었는데 정중부는 문신들을 잡아다가 이 못에 집단 생매장을 했던것이다.

이 못은 사라지고 없고 조정의 문신들을 모조리 묻었다는 조정침(朝廷沈)이라는 지명으로 남아있다고 여지승람은 적고 있다.이 현장을 찾아 복원시켜 놓으면 도라산의 역사 관광재가 될 것이다.

도라산이 스러지는 임진강변 어딘가에 말무덤이 있었다. 광해군 때 명나라의 요청에 의해 만주 심하(深河)에 출병했던 한 부장(部將)이 전사하면서 「오월오일사(五月五日死)」라 쓴 한삼 자락을 말갈기에 매어 고향으로 돌려보냈는데 임진강변 집 앞까지 와 부음을 전하고 지쳐 죽었다는 충마(忠馬)의 무덤이다. 또 이 서쪽 오관산 두메는 그 유명한 고려가요 목계가(木鷄歌)의 고향이다.

개성에 통근하면서 늙으신 어머니에게 조석 문안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문충이라는 효자가 지은 노래로, 현장을 복원하고 그 원곡을 찾아 현대화시키면 말무덤과 어우러지는 충효의 도덕 관광재가 될 것이다. 이렇게 분단 문화재에다 역사 문화재 도덕 문화재를 어울러 놓으면 굴지의 관광지로 각광받을 것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