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계속 싸우고 그랬는데 갑자기 만나서 뽀뽀할 수 있갔어. 일단은 손부터 좀 잡고 뭐 시간이 걸리갔지."

24일 금강산호텔에서 우리측 주최로 진행된 남북 2차 이산가족 공동중식 행사에서 만난 한 북측 관계자는 북한이 거듭 주장하는 '중대제안'에 대해 "특명이야 특명"이라고 강조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북측 관계자는 "우리가 북남관계를 잘해보려고 빌고 그러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관계개선되면 될 것은 되고, 뭐 그런 것 아니겠나. 3년 넘게 계속 싸우고 그랬는데 갑자기 만나서 뽀뽀 할 수 있갔어. 일단은 손부터 좀 잡고 뭐 시간이 걸리갔지"라고 현 남북관계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은 제 머리를 한 번은 굴리는 분이라고 얘기 들었다"면서 "그 얘긴 자기 생각이 있다는 얘기 아니겠냐. 그렇다면 뭐 잘 되지 않겠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는 또 열흘도 안돼 갑자기 내정이 철회된 천해성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관의 거취에 대해 궁금증을 보이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는 "기래도 천해성(통일부 전) 대변인이 상으로 보면 안정감있고 어디다 강약을 줘서 말해야하는지 말을 아는 대변인이었다"며 "써준대로 읽는다고 다 같은 대변인이 아니다. 천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워낙 경험이 많으니 알아듣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국가안보실 개편과 관련해서도 "비서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왜 그렇게 했냐"면서 "그래도 안보실에 통일부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12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 고위급접촉을 거론하며 "그때 말이야 보통 통일부가 회담을 하면 밤늦게나 새벽까지 끝날거 같으면 음식을 챙겨준다고"라며 "근데 청와대에서 나오니까 뭐 하나 없더라고. 그때 우리쪽 사람들이 배 쫄쫄 굶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그게 (남한이) 돈이 없어서 안줬겠어"라며 "그런 생각 그런 마음이 없으니까 안준거겠지"라고 성토했다.

'북측 군부 입김이 세지 않느냐'는 남측 기자의 질문에 북측 관계자는 "기런건 신경쓰지 말라우"라며 "이번에 우리 군부가 다 보장해줘서 행사 잘 치르는거 아니갔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다른 북측 적십자 소속 요원들은 전날 남측 기자가 노트북 자료 문제로 한동안 입경을 거부당한 것과 관련 "좋은 행사에 기자가 못된 짓 하려고 하면 되갔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날 1·2차 상봉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북측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남측의 열의와 의지가 떨어진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또 우리측 취재진에게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개선을 위한 방향으로 공정한 기사를 써야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이산상봉 정례화 등을 언급하며 이번 이산상봉 행사가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이어져 꽉막힌 남북관계를 풀어야 하고 이를 위해 남북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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