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양강도 지역 주민 생활을 부양한다고 경제개발구를 건설하는 등 외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밀수꾼들이 철길 레일까지 끊어 팔면서 산업기반시설이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북한은 지난해 11월 신의주와 나선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대규모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를 만든다는 계획 하에 외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빈약한 경제기반과 중국과의 무차별적인 밀수로 인해 양강도 지방 산업시설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양강도가 고향인 이 탈북자는 “이곳 광산과 산림 개발은 한마디로 욕심에 불과하다”면서 “철길레일까지 전부 끊어다 팔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파철(破鐵·고철)이 없으니 철길을 다 뜯어서 팔았다. 백암부터 보천보까지 철길 레일은 다 들어냈다”며 “일제 시대에 놓은 레일을 모두 들어내어 지금은 없다”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2000년대부터 중국인 밀매업자들이 북한에서 파철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시작하자, 주민들은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철길 레일에까지 손대기 시작했다”며 “혜산과 평양을 잇는 철길은 기본선이어서 손을 못 댔지만, 백암노동자구와 보천군에서 임산 사업소를 잇는 간선 철길은 거의 다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탈북자는 레일을 끊는 방법에 대해 “추운 겨울에 먼저 쇠톱으로 레일의 양 끝을 흠집낸 뒤 소리가 나지 않게 헌 옷이나 이불로 감싸고 해머로 치면 단번에 두 동강 난다”면서 “이렇게 10kg 짜리로 자른 레일토막을 배낭에 넣어가지고 압록강에 나가 밀수한다”고 설명했다.

보천군에서 주요 리와 임산사업소로 연결된 배전선도 대부분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RFA는 전했다.

소식통은 “식량난 시기부터 중국과의 밀수가 기승을 부리면서 돈 가치가 나가는 적동(赤銅) 밀수가 극성을 부렸다”며 “중국에서 동값이 오르자 동선 절도범들이 밤마다 혜산시에서 백암지구로 나가는 전력선을 절단하면서 이 지역 전력망도 대부분 두절됐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 친척 방문 나온 황해북도 지방의 한 주민은 “김정일 시대 경제는 일제 시기에 비해 더 후퇴했다”면서 “아들(김정은) 시대에 그 망가진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간부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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