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을 관리하는 북측 안내요원들이 21일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소치올림픽 금메달 수상 여부를 취재진에게 묻는 등 우리측 상황에 관심을 보였다.

한 북측 안내요원은 이날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우리측 취재진을 만나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을 땄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기자가 "은메달을 땄다"고 답하니 그는 "은메달도 대단한 것"이란 평을 내놨다.

이 밖에도 북측 안내요원들은 우리측 언론 동향 등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북측 인사들은 우리측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작년 9월에도 우리가 상봉행사를 하자고 마음을 열고 나서는데 언론이 막 그러니까 못했다"며 우리측 언론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한 인사는 "우리가 중대제안을 하고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되게 하기 위해 많이 신경 쓰는데 남측에선 자꾸 진정성을 보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인사는 우리측 언론에서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낙하산인사'로 규정하는 비판기사가 나오는 점을 지적하며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때처럼 언론 통제를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우리 공화국은 당과 언론이 하나다. 당도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언론도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 당과 인민은 한몸"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남쪽에선 조용필이 여전히 인기가 있냐" "남측에선 나이가 들어도 결혼하지 않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다. 왜 그러냐" "남측에선 결혼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던데 5000만 달러나 1억 달러 정도 들어가냐" 등 질문을 했다.

금강산호텔 1층 카페에서 일하는 한 여직원은 '장성택이 어떻게 됐냐'는 질문에 "서로 곤란한 질문을 하지 맙시다"라고 답했다. 이 직원은 '위원장님 부인(리설주)을 평양여성들이 좋아한다는데 맞나요'란 질문에 "좋아하는 게 아니라 존경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북측인사 정모씨는 여기자들에게 김치를 잘 담그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요즘 북한 남자들도 가사 일을 많이 돕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측 안내요원들은 취재진과는 비교적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지만 이산가족들의 상봉 과정에는 강도 높게 개입했다.

우리측 취재진이 이날 개별상봉을 마친 북측 가족에게 다가가 질문을 하려 하면 북측 안내요원들은 이를 저지하며 "(비공개)개별상봉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내요원들은 사진 촬영이 이어지자 "이제 이분들 식사 좀 하시게 합시다"라며 개입하기도 했다.

우리측 기자들이 이산가족에게 다가가 취재를 하면 북측 보장성원 2~3명이 수첩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상봉자들의 대화를 엿듣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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