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는 1972년 12월 서해에서 조업하다 납북된 오대양61호 선원 박양수(56)씨, 1974년 2월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납북된 수원33호 선원 최영철(59)씨 등 납북선원 2명이 남측의 가족들과 40여년 만에 재회했다.

형 최선득(71)씨와 동생 영철씨는 40년 만에 만나자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동생 영철씨는 “얼마 만이야. 건강한 거 보니 반갑다”고 말을 꺼냈고, 선득씨는 “40년 전 얼굴 그대로야”라고 말했다. 두 형제가 만나는 자리에는 북측 안내원 2명과 보장성원 1명 등 3명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영철씨는 이를 의식한 듯 “원수님(김정은) 덕에 만났습니다. 정녕 못 만나는 줄 알았다”고 했고, 형은 “나 죽기 전에 못 보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선득씨가 “헤어질 때보다 살이 더 찐 것 같다 ”고 하자 옆에 서 있던 북측 안내원들은 웃으면서 좋아했다. 이에 영철씨는 “다 원수님 덕”이라고 답했다.

영철씨는 “다른 식구을 다 만나봤으면 좋겠다. 서로가 비방·중상하지 말고 민족이 단합해서 통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심이 집중된 납북자 가족의 상봉을 남측 기자들이 계속 취재를 하자 북측 안내원은 “한 테이블에서 2분 이상 (취재) 하지 말. 다른 곳도 좀 취재하라”고 요구해 한때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납북어부 출신인 박양수씨는 부인 리순녀(53)씨가 함께 42년 만에 만나는 동생 박양곤(52)씨와 난생 처음 보는 조카 종원(17)군을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렸다.

동생 양곤씨가 테이블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잠시 눈을 껌뻑이다 이내 서로 얼싸안고 오열했다. 형과 동생은 얼굴 생김새며 체형이 완전 판박이였다.

한동안 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형제는 서로 얼굴을 만져보고 뺨을 비볐다.

한참을 울던 양곤씨는 형을 바라보며 “행님아”라고 42년 동안 부르지 못했던 형을 부르며 형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다시 오열했다.

양수씨는 잠시 뒤 흰 봉투에 담아온 ‘선물 명세’와 훈장증 세 장, 훈장 세 개를 꺼내 보이며 “내가 당의 배려를 받고 이렇게 잘 산다”며 동생을 안심시켰다.

이어 다른 봉투에 담아온 가족 사진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면 동생에게 보여줬다. 양수씨는 “빨리 통일이 되어야지, 자주 만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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