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가(赤旗歌)/유튜브 영상 캡처
적기가(赤旗歌)/유튜브 영상 캡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이 기소된 '내란음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혐의를 일부 인정한 가운데, 이석기 의원이 부른 것으로 알려진 '적기가(赤旗歌)'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이 새삼 화제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 김정운)는 17일 오후 2시 열린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이석기 의원이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부른 것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이 인정되며, 이적 표현물도 소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이석기 의원이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에서 북한에서 불려온 혁명가요인 '적기가'를 합창한 것으로 알려졌을 당시, 한 탈북자는 "적기가는 북한에서 '처형가(處刑歌)'로 통용된다"는 증언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당시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는 탈북자 김철수씨의 말을 인용, "적기가는 북한에서 '처형가'로도 통용된다"고 밝혔다.

2012년 탈북한 김수철씨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처형 할 때에는 반드시 이 노래가 울린다. 특히 간첩 협의로 처형되는 장소에서는 이 노래는 필수"라면서 "주민들에게 주적개념을 세뇌시키는 대남(對南) 적기가로 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기가는 '혁명가요'로 분류된다. 북한의 음악은 크게 혁명가요, 전시가요, 선군가요, 사회주의애국주의가요, 현대가요로 나뉘는데, 그 중 '혁명가요'는 김일성이 항일투쟁 시기에 백두산에서 싸울 때 본인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로 알려져 있다.

300만명의 아사자(餓死者)를 빚어낸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 정권은 북한주민들에게 "적기가를 높이 부르며 오늘의 이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고 선전했다고 한다. 김일성 사망 후 새해 때마다 당중앙위원회 사설에서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당은 수령님이 넘겨준 적기가를 높이 부르며 사회주의를 고수해야 한다"고 역설(力說)하기도 했다.

김수철씨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적기가는 인민학교 때부터 배우는데, 공부하러 갈 때도 학급 전체가 줄을 맞춰 행진가로 부른다"면서 "당시 북한 음악 선생들이 적기가는 김일성이 항일 눈보라 속에서 작사·작곡한 혁명 유산이라고 칭송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이런 선전은 진실이 아니다. ‘적기가’는 1800년대 말 영국 노동가요로 시작된 후 전세계 공산혁명 투쟁가로 보급됐다. 특히 1930년대에는 공산주의자들에게 불리기 시작했고, 1948년 8월 15일 남한에서 금지곡이 된 후에는 북한의 공식 혁명가요 역할을 해왔다.

탈북 후 이 사실을 접한 김수철씨는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석기가 적기가를 불렀다는 사실보다도, 이 노래를 김일성이 지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데 더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날이 갈수록 거짓으로 판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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