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정치적 이유… 對北심리전 막으려 '상호비방 중단' 약속 받아
②경제적 이유… 금강산 관광 재개 등으로 경제난 돌파
③외교적 이유… 남북 대화를 지렛대로 中과 관계 회복 노려

북한이 지난 14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기존의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 한·미 군사훈련과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하지 않기로 한 것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정치·경제·외교적 위협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것이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평화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 입장에선 이번 접촉을 통해 우리 측으로부터 상호 비방·중상 중단 약속을 받아낸 것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정권의 취약한 부분을 폭로하는 외부 정보를 막지 못하면 체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상호 비방·중상 중단이 한·미 군사훈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에 못지않게 중대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김정은, 김정일 생일 맞아 금수산궁전 참배… 리설주·김경희는 불참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6일 0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군 수뇌부와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부인 리설주와 고모 김경희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정은 왼편으로 최룡해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김수길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렴철성 총정치국 선전부국장. 오른편으로는 리영길 군총참모장, 변인선 작전국장, 서홍찬 인민무력부1부부장, 조경철 보위사령관. /노동신문
김정은, 김정일 생일 맞아 금수산궁전 참배… 리설주·김경희는 불참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6일 0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군 수뇌부와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부인 리설주와 고모 김경희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정은 왼편으로 최룡해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김수길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렴철성 총정치국 선전부국장. 오른편으로는 리영길 군총참모장, 변인선 작전국장, 서홍찬 인민무력부1부부장, 조경철 보위사령관. /노동신문

우리 군 당국은 2004년 '6·4합의'에 따라 대북 심리전을 중단했다가 2010년 천안함 폭침 후 '5·24조치'로 심리전을 재개했다.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대한 홍보가 주요 내용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장성택 처형으로 내부 불안정성이 커진 이후 이 문제에 더 신경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핵과 경제 건설 '병진'정책을 표방한 김정은 제1비서가 경제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자칭 '통 큰 양보'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집권 3년차까지 경제 분야에 별 성과가 없을 경우 북 주민의 지속적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이 경우 유일 영도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공포정치만으로는 정통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등으로 경제난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이산 가족 상봉을 수용한 것은 쌀·비료 지원과 연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는 데 남북 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북한 내부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국면까지 북한이 당분간 유화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으로 악화한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내부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는 대남 평화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과거 전례로 보면 '평화공세 후 도발'이라는 사이클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지만, 당분간은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화 국면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태도 변화의 진정성 여부를 확인하려면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이 끝난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이후에 춘궁기가 다가오는데, 그때 식량·비료 지원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측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지난번 개성공단 폐쇄처럼 다시 도발 국면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의도를 지나치게 선의로 해석해도 안 되지만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며 "우리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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