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하는 소수의 서구 관광객을 상대로 북한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20대 아일랜드 청년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걸린 인민대학습당에서부터 비무장지대(DMZ)에 이르는 북한의 주요 관광지를 돌며, 서양인들에게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전하는 것이 크리스 켈리(27)의 일이라고 14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낯설고 숨막히는 경험을 했다"며 "이 거대한 도시는 어떤 광고도 찾아볼 수 없는,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었다"고 설명한다.

외국 언론에서 북한은 낯선 이름이 아니다. 다만 이곳은 지도자 김정은이 고모부이자 멘토인 장성택을 처형한 것 같은, 좋지 않은 의미에서 유명한 지역이다.

그러나 켈리 씨는 "미디어에서는 북한의 나쁜 면만을 전한다"며, "북한 주민들은 세뇌당한 이들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북한 사람들도 아이들을 교육하고, 일을 하고, 사랑에 빠지며 술을 마신다"며 "장소는 평범하지 않지만 이곳의 일상은 평범하다"고 덧붙였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도시 곳곳에 걸린 모습은 서구 사회에서 비웃음을 사고 있으나 캘리 씨는 "우리에게 이상하게 보이는 일이 그들에게는 정상"이라고 언급했다.

얼스터 주 콜레인에서 법학을 전공한 켈리 씨는 중국에 기반을 둔 북한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에서 처음으로 가이드 일을 시작했다.

일년에도 몇 차례씩 서구인들에게 북한을 안내하는 그는 "관광객들이 평양 거리의 시민들을 보면 '배우들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며 놀란다"고 말한다.

연간 국민소득이 2000파운드(약 354만원)를 밑돌며, 식량 의존도가 높은 이 나라의 수도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캘리 씨는 "서구인들은 여전히 북한 경제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으나, 평양은 레스토랑과 호텔이 늘고 있는 현대도시"라며 "올해도 나는 관광객들과 함께 평양의 술집들을 순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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