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011200) (14,650원▲ 800 5.78%)이 본격적으로 재무개선 작업에 들어갔지만 주가는 남북 정치상황에 따라 출렁이고 있다.

14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는 소식에 현대상선의 주가는 전날보다 5.78% 올랐다. 같은 날 코스피지수는 0.69% 오르는데 그쳤다. 1차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지난 12일에도 현대상선의 주가는 전날과 비교해 8.79% 상승했다.

현대상선은 금강산관광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의 지분 66.20%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이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현대아산을 비롯해 현대상선과 현대그룹의 실적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 것이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인 박왕자씨가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뒤부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현대아산이 입은 손실액은 약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사업 부문을 매각 한다고 발표한 13일에는 오히려 주가가 6.73% 까지 떨어졌다. 지난 12일에 진행됐던 1차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매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날 현대상선이 LNG 운송 사업을 매각해 1조1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자구계획을 밝혔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현대상선은 자산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1조1000억원에 LNG 운송사업권을 넘긴다고 13일 밝혔다. 현대그룹이 지난 해 말 발표한 자구 계획안에 따라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이다. 현대상선 측은 “이번 매각을 통해 단기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사업 매각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현대그룹이 자산매각과 사업부분을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총 3조3000억원. 이 가운데 LNG 운송 사업 부문 매각만으로 33%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지만 투자자들은 남북 관계에 더 주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류제현 연구원은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현대아산의 실적이 개선돼 장기적으로 현대상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당장 수익이 크게 늘기 어렵기 때문에 남북 관계 개선만 주목해 투자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LNG 운송 사업 매각이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산업이 알짜로 분류되던 LNG 운송 사업까지 매각하면서 미래 먹을 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걱정한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의 LNG 운송사업 대부분은 한국가스공사와 맺은 것으로,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라고 평가된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LNG선 10척 가운데 8척은 한국가스공사와 2028년까지 계약을 맺은 상태다. 국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운송 과정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정부가 대부분의 수익을 보전해 준다. 현대상선측도 “한국가스공사와의 계약은 시황에 관계없이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2012년 기준, 현대상선의 LNG 운송 사업 매출액은 약 2800억원. 전체 매출액(7조7000억원)의 3.6% 수준이지만 현대상선으로선 안정된 수입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현대상선측은 “컨네이너 운송 사업 부문에서 2012년까지 3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작년 2분기 흑자로 돌아섰고, 세계 경기도 살아나고 있다”며 “LNG부문 사업 매각으로 인한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류제현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상선에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매각은 단기간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해운 사업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다른 사업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 편중 현상에 대한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LNG 운송 사업 매각이 성사되면 현대상선의 사업 비중이 컨테이너 운송사업 쪽으로만 치우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컨테이너와 벌크 사업의 비중이 약 7대3정도인데, 벌크사업에 속한 LNG 운송 사업이 매각될 경우 벌크사업 비중이 축소된다는 뜻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운임 비용이 아직 큰폭으로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컨테이너 사업 비중이 72%에 달하는 것은 현대상선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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