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美국무장관, 예정보다 1시간 넘기며 현안 논의
朴 "통일 한국, 핵무기 보유 않고 역내 평화 기여할 것"
케리 "이산상봉 잘 되길 기대… 한미훈련은 예정대로"

박근혜(오른쪽)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과 4월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 /뉴시스
박근혜(오른쪽)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과 4월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존 케리 미(美)국무장관을 100분간 만나 현재 진행 중인 남북 고위급 접촉과 북핵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도 공유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케리 장관에게 "통일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역내 평화 및 번영 증진에 적극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통일은) 한반도 분단 극복을 넘어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와 성장 동력을 창출함으로써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에게도 큰 혜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은 앞으로의 시기가 매우 중요하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면서 "한·미 간에 빈틈없는 대북 공조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케리 장관도 동의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구상은 매우 좋은 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박 대통령께서 비핵화 문제를 넘어 미래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신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도 했다. '대박'에 대해선 '보난자(bonanza·아주 수지맞는 일)'란 단어를 사용했다.

또 다른 주제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었다. 박 대통령은 케리 장관에게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며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와 실질적 행동을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하여 이의 중단 내지 연기를 주장하였으나 우리 측은 인도주의 문제를 군사훈련과 연계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대응했다"고 했다. 이에 케리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사업으로서 잘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면서 "한·미 연합훈련은 어느 경우도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핵에 대한 공조도 재확인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을 핵으로 무장한 국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해 남측과는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은 양자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정립해놓은 (6자회담) 프로세스에 헌신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과 당장 양자 대화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서울 통인시장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케리 장관은 청와대 예방 직후 이 시장을 찾았다.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서울 통인시장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케리 장관은 청와대 예방 직후 이 시장을 찾았다.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
박 대통령은 10개월여 만에 방한한 케리 장관에게 "올해도 참 중요한 시점에 방한해 주셨다"며 "오바마 대통령께서 4월 하순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좋은 소식을 갖고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서 미국인 모두가 (한국과의) 동맹이 매우 '에센셜'(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 시작된 접견은 예정된 45분을 넘겨 100분 동안 계속됐다. 북한이 도발적 언사를 계속하고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했던 작년 4월 면담보다도 30분 더 길었다. 접견 후 박 대통령은 케리 장관을 배웅하며 청와대 본관 현관에서 5분여간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면담이 길어지면서 뒤에 예정돼 있던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도 차례로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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