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선전매체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다룰 내용은 무엇입니까,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시의 고아양육시설인 육아원과 애육원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사진-RFA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시의 고아양육시설인 육아원과 애육원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사진-RFA
오늘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으로 고아원을 찾아간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4일 자 노동신문은 김 제1위원장이 평양시 고아양육시설인 육아원과 애육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사진도 여러 장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이 시점에서 김정은이 고아들을 찾아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방금 정영기자가 육아원과 애육원을 말했어요. 그런데 고아원과 육아원이 틀립니까, 이게 어떻게 다릅니까,

정영: 노동신문 사진을 보니까, 애육원과 육아원이라는 말을 썼는데, 북한에서 고아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왜냐면 고아라는 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칭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가리켜 ‘아버지’라고 부르기 때문에 무슨 고아가 있냐는 식이지요.

북한에서는 수령이 상징적으로 아버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고아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최민석: 아, 그렇군요. 그러면 실제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뭐라고 부릅니까?

정영: 사람들 사이에서는 부모 잃은 아이들이라고 부르긴 하는데, 딱히 고아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최민석: 특별히 지칭되는 말이 없다는 거죠. 김 제1위원장이 고아원을 찾아간 것은 집권 이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까,

정영: 김정은 제 1위원장이 집권한 지 3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고아들을 직접 찾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민석: 전번 언젠가는 김정은이 소년 소녀들을 방문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방문이었지요?

정영: 그곳은 묘향산 소년단 야영소인 데요, 거기에 있던 애들이 많이 말라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행적을 보면 지금까지 특권층을 위한 릉라인민유원지, 문수원, 미림승마구락부 등 놀이터와 위락시설들만 골라 찾아 다녔는데요,

최민석: 거기에 하나 더 있지요. 마식령 스키장….

정영: 그렇지요. 김정은이 특권층 놀이시설만 다녀서 ‘서민적인 지도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고아원을 찾아갔다는 것은 참 이례적입니다.

최민석: 북한에서 고아를 가리켜 꽃제비라고 하던가요?

정영: 부모 잃으면 일단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고아가 되는데요, 먹을 것을 찾아 거리나 역전으로 방황하면 이를 또 ‘꽃제비’라고 부릅니다. 북한에서 고아가 대량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초반부터였습니다.

최민석: 90년대 초반이라면 ‘고난의 행군’ 전부터 생겨났다는 건가요?

정영: 식량배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은 생활고에 찌들 리고,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때부터 경제난이 심각해졌는데요,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최민석: 북한의 고아문제는 꽤 일찍 시작됐군요.

정영: 그때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으면서 고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고아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요, 사실 고아는 김정일 시절에 생겼지만, 그가 애육원과 고아원을 찾아갔다는 보도는 없었습니다. 김정일도 외면했던 시설입니다.

최민석: 왜 안 찾아 갔습니까?

정영: 왜냐면 북한은 “세상에 부럼 없이 사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인 우리나라에는 고아들이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외부에 꽃제비들을 절대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 잃은 아이들은 감옥이나 다름없는 수용시설에 갇혔다가는 탈출하고, 장마당과 거리를 돌면서 구걸해 먹고 견디다 못해 탈북까지 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김정은이 아버지 때 해결하지 못한 고아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그나마 고아원을 방문한 것은 다행이라고 보이는데요. 해결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정영: 김정은은 평양시 육아원의 아기방과 주방 등을 둘러보고,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좋은 것을 보고 만족해했다고 북한 매체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육아원과 애육원의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매일 300g씩 먹이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한숨 소리……) 예~

정영: 또, “영양가 높은 곶감을 정상적으로 먹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참, 말이야 뭘 못하겠습니까, 매일 물고기 300g이라고요? 그러면 큰 동태 한 마리쯤 먹인다는 소리인데, 어린이 식사 규정치고는 작지 않은 양입니다. 물론 이 약속을 지키겠습니까?

정영: 김 제1위원장은 지난 1월 534군부대, 인민군 후방총국 산하 군부대의 새로 건설한 수산물 냉동시설을 찾아가 앞으로 육아원, 애육원, 양로원 등 취약계층에게 물고기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수산사업소를 만들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고아들과 취약계층에게 하루에 300g의 물고기를 먹이자면 얼마나 필요한지를 직접 수첩에 계산해봤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지금 장성택 계열로부터 빼앗은 수산기지를 군대에 넘겨주고 “물고기를 많이 잡으라”고 수산일꾼 열성자 회의까지 열고 고무했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있는 고아원 애육원에 있는 고아들과 노인들에게 먹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두고 지켜봐야겠지요.

최민석: 정말 두고 봐야지요. 군대들이 물고기를 잡아서 팔 던 것을 진짜 고아들에게 나눠줄지는 앞으로 봐야겠지요. 참, 김정은이 애육원을 방문한 사진을 보니까, 지난번 소년단 야영소를 방문했을 때와 너무 대조적이지 않습니까, 그때 소년단원들은 너무 여의고 피골이 상접한 게 영양상태가 안 좋았는데요, 여기 사진에는 아이들의 볼에 살이 올라 있고요. 이거 좀 신빙성이 약하지 않습니까,

정영: 글쎄요. 북한이 대외에 공개하는 사진이기 때문에 진짜 이곳이 애육원 시설인지, 그리고 진짜 고아들인지 조차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최민석: 좀 애매모호 합니다. 북한 매체의 사진을 보니까, 김정은과 그의 수행원들은 어린이 방에 구두를 신고 들어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건 좀 예의는 아니지요.

정영: 원래 북한에서 집안에 손님이 찾아가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게 관례이지요.

최민석: 북한뿐이 아니라 한민족은 다 같지요.

정영: 혹시 집에 도둑이 들거나, 이사를 가거나 할 때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아이들이 있는 방에 저렇게 어른들이 신발을 신고 망탕 들어가는 것은 관례에 맞지 않지요.

최민석: 한국 사람의 정서에는 잘 안 맞지요. 그 사진 한 장에 김정은의 진정성이 평가되는군요. 그런데 보여주기 식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습니까?

정영: 김정은이 지금에 와서 고아원을 찾아간 것은 ‘인민의 지도자’라는 이미지 상징 조작을 위해서 찾아갔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왜냐면 최근 북한 내부는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서 김정은의 이미지를 몹시 구겼습니다.

왜냐면 과거 김정은이 인민들과 팔짱을 끼고 웃는 등 친 서민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자기 고모부 장성택을 총살하면서 악인의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김정은의 웃는 얼굴도 저것은 가식이다. 어떻게 자기 고모부를 총살할 수 있는가고 혀를 차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천륜을 어겼지요……

정영: 고아나 여성은 사회적으로 약자가 아닙니까, 그래서 김정은은 고아들을 사랑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장성택 처형으로 구겨진 이미지를 회복해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민석: 그래서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잘 먹히지 않아서 다른 것으로 시도해본다는 거군요. 지금까지 집권해서 특권층의 놀이시설만 찾아 다니다가 이제 와서는 제일 소외계층인 고아들을 찾아갔다는 말이군요. 아버지 대에서 해결하지 못한 고아문제를 김정은 대에는 해결되겠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워싱턴-정영 jungy@rf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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