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을 맞아 평양시 주체사상탑 주변 등지에서 새해 축하 불꽃놀이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음력설을 맞아 평양시 주체사상탑 주변 등지에서 새해 축하 불꽃놀이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음력설을 맞으며 북한 당국이 다양한 체육놀이를 조직하는 등 민심잡기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이 처음으로 ‘농업 분조장 대회’를 조직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사기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떨어져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음력설 맞아 민심잡기 주력

박성우: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음력설을 맞아서 북한이 각 도소재지에서 축포를 발사하는 등 명절분위기를 띄우느라 무척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번 음력설기간 주민들도 잘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소식 들어와 있습니까?

문성휘: 네, 북한은 음력설을 맞으며 평양과 각 도소재지들에서 축포를 발사했다고 전했으나 이는 일부 도소재지에 국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다 한 건 아니었군요?

문성휘: 네, 정작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를 비롯해 일부 도 소재지들에서는 축포를 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경우엔 포항구역 포항동에서 약 30분간 5천여발의 축포를 쏘았다고 합니다. 청진시는 국영상점들을 통한 주민들의 명절공급이 없었다고 하고요. 일부 힘있는 공장기업소들에서 종업원들에게 술과 식용유를 공급한 게 전부라고 합니다.

때문에 축포놀이를 보며 “저런데 쏟아 부을 돈이면 차라리 명절공급이나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씁쓸한 기분을 표하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가정세대 당 술 한 병과 돼지고기 500그램을 공급했다고 하고요. 양강도 혜산시 역시 주민들에게 술 1병과 간장 1병, 된장 1kg을 공급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말씀하시는 걸 보니까 지방마다 명절공급의 종류와 량이 다 달랐다고 이해가 됩니다.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이게 국가적인 지원으로 명절공급이 이루어 진게 아니라 지방 자체로 명절공급을 하다나니 외화벌이 재원이 없는 지방들은 초라한 설을 보냈다고 합니다. 대신 자강도 만포시와 같은 곳에서는 술과 식용유, 칫솔, 치약, 된장을 비롯해 다른 지방들보다 비교적 많은 명절공급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번 음력설에 주민들에게 사흘간 휴식을 주었는데요. 명절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다양한 행사들도 조직했다고 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아침 7시에서 9시까지 모든 주민들이 김일성 동상을 참배한 후 압록강 주변에 마련된 스케이트장에서 각 고등중학교 학생들의 스케이트 경기와 썰매놀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양강도 지구사령부(12군단)에서는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혜산시 춘동에 마련된 스키장에서 두 시간 정도의 스키 시범훈련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인민보안부 역시 가족들과 주민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혜산시 련봉동에서 ‘기동타격대’의 장애물 극복 훈련, 격술경기를 조직했다고 하고요. 혜산 공설운동장에서는 당, 행정기관 간부들의 축구경기와 농구경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기와 행사들은 양강도뿐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진행됐다고 하는데요. 회령시의 경우 각 동사무소 회의실과 시 인민위원회 회의실에서 인민반 별로 윷놀이 경기를 조직했다고 하는데요.

1등을 한 인민반에는 평양악기공장에서 만든 ‘은방울’이라는 이름의 손풍금 하나, 2등을 한 인민반에는 기타와 바이올린 2조, 3등에는 기타 한조를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려 오랜만에 주민들이 즐거움을 만끽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명절을 맞으며 사고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혜산시 위연동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 쌍의 남녀가 눈길에 미끄러져 남성은 중상을 입고 여성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하고요. 혜산 견직공장에서는 특별경비를 서던 직원들과 간부들이 술 놀이를 벌려 놓았다가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여러 명절들 중에서 올해 음력설이 제일 분위기가 좋았다는 게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얘기이고요. 특히 온갖 통제로 원성이 높았던 사법기관 간부들과 국경경비대원들이 주변 주민들과 어울려 ‘밧줄당기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명절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소식통들은 얘기했습니다.

박성우: 네, 그렇군요. 이런거 보면은 북한도 사람사는 곳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북한에서 그런 모습들이 자주 보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2. 올 농사에 자신감을 잃은 농민들

박성우: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이 ‘농업 분조장 대회’를 조직했다고 1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는데요. ‘농업 분조장 대회’를 조직한 까닭이 궁금합니다. 무슨 사연이 있습니까?

문성휘: 북한이 농촌 말단 조직인 ‘농업 분조장 대회’까지 조직한 것은 농민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년 동안 분조도급제를 시행하면서 당국이 70% 농민들이 30%로 식량을 나누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또 국가알곡생산계획을 넘쳐 한 분조들은 여유 양곡을 모두 농민들이 처분하도록 약속했고요.

하지만 정작 농민들과 한 약속을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군량미를 구실로 여유 양곡마저 다 빼앗아 갔다는 게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이고요. 북한 당국이 이렇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농민들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농업 분조장 대회’까지 평양에서 조직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는데 일단 이번 농업분조장 대회에는 각 도에서 7~8백명 정도씩 갔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에는 약 4천 여개의 협동농장들과 국영농장들이 있는데 이번 대회에 참가자들은 지난 5년 동안 국가알곡생산계획을 수행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대회참가자 모집은 1월 중순경에 긴급히 이루어졌다고 하고요.

그런데 설령 5년 동안 국가알곡생산계획을 넘쳐 수행했다고 해도 가정토대가 나쁜 분조장들은 참석자 명단에서 모두 빠져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북한 당국은 ‘농업 분조장 대회’를 조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농업성과 노동당 농업부 간부들로 농민들을 달래는 각종 선전활동에 나섰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양강도 삼수군에서 도 농촌경리위원회 위원장이 농민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서 북한 당국이 ‘분조관리제’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사과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농민들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북한 당국이 지금까지 농민들과 한 ‘분조관리제’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서는 “장성택과 그 일당들의 반혁명적 책동 때문”이라고 변명했다는 것입니다.

장성택이 농촌부문에 돌려져야 할 비닐박막을 비롯한 자재들을 제 멋대로 자르거나 외국에 석탄을 팔아 나라의 비료생산에 큰 지장을 주었다는 내용과 함께 군량미라는 구실로 농민들에게 차례져야 할 식량을 모두 빼앗아 갔다는 주장을 했다는데요.

이러한 강연은 지금 북한의 전반적인 농촌들에서 다 진행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성택 일당이 제거됨으로써 올해부터는 ‘분조도급제’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선전한다는데요.

하지만 이런 선전을 들은 농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소식통들은 전해왔습니다. 장성택이 그렇게 날뛸 때까지 김정은은 무엇을 했느냐는 게 농민들의 불만이라고 하고요.

그리고 토대를 가리며 참가자를 선정한 이번 ‘농업 분조장 대회’가 다른 분조장들이나 농민들에게 역효과를 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일각에서는 “중앙에서 괜한 짓을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문 기자 이야기를 들으며 한 생각인데요. 북한이 농업부문에서 제대로 성과를 못 낸 요인을 장성택에게 돌리고 있다, 글쎄요. 올해에도 알곡수확량이 높지 못하면 이번에는 뭐라고 말을 할 지 궁금해 집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서울-문성휘, 박성우 xallsl@rf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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