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제323부대' 소속 장병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2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 News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제323부대' 소속 장병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2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 News1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며칠 있으면 우리민족최대의 명절인 음력설날입니다. 구정이라고도 하죠.

북한에서 음력설은 좀 생소합니다. 원래 신정을 더 크게 쇠니까요. 그래도 2000년대 중반부터 구정을 따로 쇠고는 있죠.

명색이 설날이라도 최소한 ‘농태기’술 1병에, 기름 1병, 돼지고기 1kg는 있어야 제격이죠. 다니는 직장에서 이 정도 명절공급은 받아와야 바깥주인의 ‘뽀대’도 나는 겁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민족최대의 명절도 설날이 아니라 ‘태양절’인 김일성 생일, ‘광명성절’인 김정일 생일이죠. 좀 있으면 김정은생일도 추가되겠죠. 이번엔 어느 별이름을 따올지 지금부터 궁금합니다.

아랫동네, 남쪽에서 가장 큰 명절은 음력설과 추석입니다. 신정은 그냥 하루만 대충 휴식하죠. 음력설과 추석에는 민족대이동도 있습니다. 수백, 수천만 명이 부모님들, 고향을 찾아 이동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남북에는 설날을 축복하는 노래도 있죠. 북한에서 듣던 노래가 귀에 쟁쟁히 들리는 것 같습니다.

‘누가 누가 나를 보고 열두 달 중에, 제일 제일 기쁜 날이 언제인가 물어보면. 나는 나는 목청껏 대답 할래요, 대원수님 모신 설날이라고. 아, 일 년 삼백예순 다섯 날, 날마다 설날이면 좋겠네, 나는 정말 좋겠네.’

김일성이 해마다 설날에 학생소년들이 준비한 설맞이 공연을 관람했고, 여기에 참가한 학생들이 이 날의 ‘영광’을 칭송해 부른 노래입니다.

그런데 요즘 주민들이 이를 개사해서 이렇게 부른다면서요?

‘누가 누가 나를 보고 열두 달 중에, 제일 제일 기쁜 날이 언제인가 물어보면. 나는 나는 목청껏 대답 할래요, 장군님을 모신 술 날이라고. 아, 일 년 삼백예순 다섯 날, 날마다 술 날이면 좋겠네, 나는 정말 좋겠네.’

원래 북한주민들이 예술영화 대사를 본 따 설날을 술 날이라고 유머를 한방씩 날리곤 했는데 이것이 진화해서 ‘장군님’을 비꼬는 노래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또 설날을 설사 날이라고 한다면서요. 하도 평소에 기름 한 방울, 육붙이 한 점 먹지 못하다가 이날 여기저기 술병차고 다니면서 몰아서 먹으니, 다음날부터 쉴 새 없이 설사를 하죠. 오히려 큰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해외출장 다닐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다 고급호텔에 묵을 때면 아침에 뷔페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이때가 아니면 먹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그리고 호텔의 음식을 몽땅 요정 내는 심정으로 열심히 먹습니다. 한 끼에 세끼분의 음식은 기본이죠.

먹기는 좋으나 다음날이 문제입니다. 역시 소화를 못 시키니까 설사로 나가죠. 먹은 것 보다 더나갑니다. 아예 얼굴이 반쪽이 되기도 하죠. 아, 그래서 출장 날도 설사 날이 되겠네요.

서울에서 어린이들이 부르는 설 노래를 소개해 드립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세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리 우리 내동생 울지 않아요. 이집 저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사상성이 부족해서 재미없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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