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 안팎의 혹독한 추위 속에도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잇따르고 있다.

악덕 브로커의 횡포 속에 동상 걸린 발가락을 잘라내는 고통을 겪으며 한국행을 기다리는 10대 탈북 소녀의 사연을 MBC가 13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17세 혜순이(가명)은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지난달 초 탈출에 성공했지만 지금 중국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두 발을 쌌던 붕대를 풀어보니 새카맣게 썩어버린 발가락 때문에 혜순이는 고통스러워 몸을 비틀었다.

먹을 게 없어 가족을 떠나 탈출을 결심했던 혜순이는 중국 땅에 들어서자 자신을 알아본 중국 인신매매단에 붙잡혔고, 가까스로 한국행을 주선하는 브로커 손에 넘겨졌다.

하지만 브로커는 발에 동상이 걸린 사실을 알자 혜순이를 거부했다.

북한인권개선모임 김희태 사무국장은 MBC와 인터뷰에서 “(탈북자가) 상처가 있거나 장애가 있으면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방치하거나 버린다”며 “왜냐하면 돈벌이가 되지 않고 데려가는 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혹한 속에 길거리에 버려졌던 혜순이를 선교사가 극적으로 구했지만, 발가락 하나는 이미 썩어 잘라내야 했다.

탈북 브로커가 북중 국경에서 400여km 떨어진 동남아시아까지 가는 데 받는 돈은 400만~1000만원정도로 NGO나 종교단체보다 최고 10배나 비싸다.

악몽 같은 탈북을 한 혜순이는 현재 보호 조치 속에 한국 입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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