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적 대북정책 펴기에 진보보다 보수정권이 유리
安신당, 선거구도만 흩트려놔… 野圈 연대 가능성 열어둬야
국민에 비전·희망 못준 민주당, 지금 필요한 건 포용적 리더십"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는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수출과 내수(內需) 확대가 어려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는 북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최고의 민생(民生) 정책은 대북 경제협력"이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과감한 대북 경제 교류와 협력으로 경제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며 "보수 정권은 전향적 대북 정책을 펴도 진보 정권보다 저항이 적다.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대북 협력의 물꼬를 틀 적임자"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해선 "지금처럼 신당이 선거 구도만 흩트려 놓아선 안 된다. 야권 연대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말에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평가와 향후 계획은?

"국정원 개혁은 시대의 요구였다. 개혁의 기회를 살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 여야 모두에서 극단적 목소리를 내는 분들을 배제했다. 성과를 못 내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작년까지 국정원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논의했다면 지금부터는 대북 대응력과 해외 정보력 강화를 위한 조치도 함께 논의할 것이다."

―여당에선 테러·납치·간첩죄 등 중범죄에 대한 휴대전화 합법 감청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원에 새로운 권한을 주면 그만큼 잘못된 권한은 돌려받아야 한다. 현재 국정원은 너무 비대하고 힘이 세다. 그런데 지금의 국정원에 새로운 칼(권한)을 쥐여주면 올바르게 쓸 수 있을지 솔직히 믿음이 가질 않는다."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본지 인터뷰를 갖고 작년 한 해 여야(與野)의 리더십 실종과 정치 부재(不在) 현상을 비판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수출과 내수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북한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본지 인터뷰를 갖고 작년 한 해 여야(與野)의 리더십 실종과 정치 부재(不在) 현상을 비판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수출과 내수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북한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지난 1년 여야 모두에서 정치 부재 비판이 많았다.

"정치를 빨리 복원시켜야 한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법과 원칙대로만 하라고 강조하는데 법대로 하는 건 말단 공무원도 할 수 있는 정말 쉬운 일이다. 법으로 안 될 때 정치가 필요하다. 이번 철도 파업 때 여야가 정치의 힘을 보여주지 않았나. 법치는 사회적 약자를 법이라는 우산으로 보호해주는 것인데 대통령은 권력에의 순종만 강요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책임은 없나. 민주당 지지율이 바닥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민주당도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다.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했다면 지금은 반성적 성찰을 통해 국민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야당은 국민을 대신해 권력에 맞서 싸움으로써 국민이 거리에 나가 싸우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높다.

"'안철수 현상'은 반사이익이었지만 이제부터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새 정치의 실체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기대했던 정치 발전에 기여는 못하면서 야당 지지층을 갈라 놓아 선거 구도만 이상하게 흩트려 놓고 있다."

―결국 지방선거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구도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새누리당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도록 할 셈인가. 연대를 못할 이유가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대북 협력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꽉 막힌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북한에서밖에 찾을 곳이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규모에 비해 수출은 너무 많고, 빚이 많아 내수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노동력과 자원이 풍부하다. 아주 과감한 대북 경제협력을 통해 우리의 인력과 기술, 자본을 북에 투자해야 한다. 개성공단을 다른 여러 곳으로 확대하고 중국에서 유턴한 기업들이 북에서 기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고의 민생 정책은 대북 경제협력이다."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는데.

"경제적 협력, 문화적 교류 같은 것이 있어야 결과적으로 군사적 통일이 가능하다. 그래야 통일이 진정한 대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 없이 북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기대하면 안 된다. 먼저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그런 노력이 멈춰 버렸다. 더 늦기 전에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하는 데 박 대통령이 태생적으로 유리하다. "

―보수 정권이 대북 협력에 유리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진보 정권이 대북 협력을 강화하면 보수층의 반발이 크다. 친북 좌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과거 미·중 수교 때 닉슨 정권, 독일 통일 때의 콜 정권처럼 보수 정권이 과감한 정책을 펴면 보수층의 의심이 줄어든다. 박 대통령이야말로 대북 관계를 개선할 적임자라고 본다."

―지방선거 이후 정 전 대표의 역할은?

"2017년 대선까지 앞으로 4년, 내 정치 역량의 모든 것을 퍼부을 것이다. 우선은 2016년 총선을 위해 민주당이 좋은 인재를 구하고 튼튼한 기반 위에 설 수 있도록 할 것이고 그것이 성공해야 2017년 대선에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의원이 2017년 대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빠른 감이 없지 않은데.

"지금은 자신의 위치에서 민주당이 올바로 설 수 있도록 헌신하는 것이 우선이다.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선거 승리다.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 승리와 패배 때 천지 차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의 현재 낮은 지지율은 당연한 것이다. 총선과 대선에서 우리가 패한 것은 2~3%포인트 차이의 박빙 승부에서 지지층을 확장할 포용적 리더십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지지층을 확장할 수 있는 포용적 리더십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