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지 며칠도 되지 않아 대남비난을 재개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1일 “북남 사이에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남조선은 북남 관계개선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백해무익한 비방중상 등 화해와 단합을 저해하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작년 말까지도 “전쟁은 미리 광고를 내지 않는다.”고 대남협박을 해온 북한이 새해 들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김정은이 대내외적으로 광기 어린 잔인한 독재자로 낙인이 찍히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평화공세에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2년간 김정은의 행태와 장성택 처형을 지켜본 남한과 국제사회는 북한체제가 겉으로는 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어 급변사태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장성택 사건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정도로 권력지도부가 안정됐음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북한은 평화공세를 통해 남한정부의 대북경계심을 이완시키고 통일문제에 관한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보입니다. 더 나아가 북한과 미국 관계 악화에 이어 북한과 중국 관계까지 날로 나빠지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앞세워 고립상황을 탈피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한정부가 지난 3일,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북한 측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그 이튿날인 4일, ‘조평통’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 마님’, ‘유신의 딸’ 등으로 비유하면서 다시 비난공세를 재개했습니다. 북한은 이어 남한의 신년군사훈련에 대해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입장을 대변해 온 조선신보도 “청와대 안방주인은 남북대결 책동의 주도자”라며 “북한군은 민족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평화파괴자의 죄과를 똑똑히 계산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방 중상을 하지 말자던 북한이 불과 3일 만에 스스로 자기들의 제안이 허구였음을 드러낸 셈입니다.

김정은은 작년 신년사에서도 “북과 남의 대결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 후 작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북한은 작년 12월 19일, 청와대 앞으로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남측이 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특대형 도발을 반복한다면 가차 없는 보복행동이 예고 없이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쪽에게 종북 소동을 벌이지 말라고 했으나 각종 매체와 지령을 통해 종북 세력을 뒤에서 부추긴 것은 바로 북한 자신입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북한의 주장은 자기들의 남북관계개선 의지를 남한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함으로써,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남한에 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이 진정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있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당장 대남비방을 중단하고 대남도발의 망상을 버릴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핵무기 개발을 중지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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