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재개 제안을 받아들고 사흘째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북측이 늦어도 8일 중으로는 답을 보내올 것으로 기대됐으나 사흘째 무응답으로 일관함에 따라 북한이 '장고'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고 제안했다. 통일부는 즉각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 "상봉 재개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1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하자"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선제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우리측이 남북 대화의 '첫 단추'로 거론해온 이산가족 상봉에 북측이 호응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점쳐졌다.

 정부는 "아직 10일 실무접촉은 가능하다"며 예단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정부 내에서도 북측이 우리 제안에 호응해 나오더라도 사실상 10일 실무접촉은 미뤄질 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9일 우리 제안에 대한 답을 주더라도 실무접촉 날짜를 다음주로 미룰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신들의 희망사항인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이산상봉 재개 관련 제안을 하고 곧바로 "금강산 관광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과 별도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 북한으로서는 불만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개최 논의 당시 북한은 우리측의 상봉 제의가 나온지 이틀만에 동의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논의도 함께 진행하자고 역제의 했었다.

 이번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덧붙여 역제의할 예정이었던 북한이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에 일단 입장 전달을 보류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북측으로서는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북핵 문제 해결을 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이렇다할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하지 않은 점도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8일이 김 제1비서의 생일인 점에 비춰봤을 때 단순히 물리적인 일정상 우리측에 대한 회신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특히 방북 중인 미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 일행과 북한 농구 선발팀과의 경기가 이날 중으로 예정돼 있다. 김 제1비서는 이 경기를 직접 관람할 가능성이 커 평양에서의 의사결정이 지연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통일부 관계자는 "9일 중으로만 북측이 실무접촉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보내 온다면 이산상봉 재개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