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용 인구 증가와 생활 형편 개선으로 주민의 언어생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인간관계의 상하 구별이 모호한 말투가 유행하는가 하면 여성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를 받을 때 ‘애교’를 부리는 말투까지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북한 계간지 ‘문화어학습’ 최신호(2013년 11월 2일 발행)에 실린 ‘평양 문화어의 순결성을 고수해 나가자’라는 제목의 논문은 최근 북한 주민들의 언어생활에서 나타나는 ‘이색적인 요소’를 근절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예를 소개했다고 5일 보도했다.

통신이 입수한 이 논문은 북한의 일부 여성들이 버스 안이나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받을 때 “여보쇼오∼”라며 “매우 이상하게 말끝을 길게 꼬아올린다”고 지적했다.

여성들도 휴대전화를 받을 때는 “여보시오!” 혹은 “여보세요!” 식으로 단정하고 힘차게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문은 “남에게 잘 보이거나 귀여움을 받으려고 일부러 애교 티를 내는 이런 말투는 외유내강한 조선 여성의 고상한 정신미, 아름다운 도덕적 풍모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상하관계 구별을 흐리는 말투도 도마에 올랐다. 논문은 북한 주민들이 “낮춤과 높임의 말차림토(종결어미)를 마구 뒤섞어 쓰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했지말입니다”를 꼽았다.

이어 “낮춤(했지)으로 시작돼 높임(말입니다)으로 끝맺는 방식은 매우 모순적이며 우리말 규범에도 없는 비규범적인 말”이라며 “상대방을 멋없이(보기 안좋게) 조롱할 수도 있는 엄중한 후과(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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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북한 주민이 “∼하네요” 식으로 말을 맺기도 한다고 지적한 뒤 “전달하는 뜻이 모호하고 까다로우며 남녀의 구별이 애매하고 듣기가 매우 간사한 말투, 우리 식이 아닌 말투”라고 지적하면서 ‘사회주의 문명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평양 문화어(표준어)의 ‘순결성’을 지켜야 한다며 “남의 말투나 끌어들이고 흉내내는” 풍조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논문이 ‘남의 말투’를 문제삼은 데서 보듯 북한 언어에서 상하 혹은 남녀 구별을 흐리는 이완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남한 영상물을 비롯해 외부 세계에서 유입된 문물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논문이 예로 든 “∼하네요”는 남한에서도 많이 쓰이는 말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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