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北에 넓게 퍼진 시장경제 - ADB 나카오 다케히코 총재

"북한은 개발 수요 큰 국가… 통일, 한국에 성장기회 될 것"
ADB, 동아시아 年2兆이상 지원… 통일 후 최대 公的투자 기대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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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오 다케히코<사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북한이 ADB 회원국이 되고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북한은 개발 수요가 큰(Vast need) 국가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ADB가 북한의 도로나 철도는 물론 교육과 의료 같은 사회 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년 3월 취임한 나카오 총재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나카오 총재는 지난 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통일 이후 국제기구가 북한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나카오 총재는 한반도 통일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것도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부분의 국제기구 수장들은 비회원국인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카오 총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통일 이후 전망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통일이 한국에 큰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양국의 경제가 통합되고 경제력이 확대되면 북한의 낮은 노동력을 확보해 한국 경제가 또 한 차례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카오 총재는 특히 북한의 사회 인프라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여러 면에서 개발 수요가 많겠지만 북한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초기 교육, 의료 등 사회적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편적으로 이뤄지는 외국인 투자 유치와 기업 협력보다 더 활발한 무역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치적 갈등의 해결"이라며 "이것이 선행돼야 경제적인 지역 발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동서독 통일 과정을 봐도 서독이 큰 비용을 지불했다"며 "남북한도 경제 격차가 크기 때문에 북한의 사회·경제적 인프라를 다시 세워야 하는 부담을 한국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카오 총재는 또 "통일 초기의 정치적 혼란을 극복해야 하는 것도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DB는 아세안(ASEAN) 국가와 중국·일본·한국 등 총 67개 회원국을 거느린 아시아 지역 최대의 경제·금융 기구로 미국·독일 등 서구 선진국도 대부분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1966년 설립된 ADB는 일본이 최대 지분(16%)을 갖고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데, 지역 내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 주임무다. 연간 지원 규모가 우리 돈으로 22조원(2012년 기준)에 달하지만 회원국이 아닌 북한에 대한 지원 실적은 아직 없다. 그러나 북한과 인접한 중국·몽골 등 동아시아 지역에는 도로 철도·발전소 등 인프라 건설용으로 한 해 2조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고 있어 통일 전후엔 최대의 공적 투자 기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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