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0일 도쿄에서 열린 북한인권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에 참석해 느낀 것은 최근 몇 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많은 외국인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북한에 직접 들어가 의료봉사활동을 폈던 폴러첸씨를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북한의 현실을 몸으로 부대꼈던 외국인들의 경험은 국제사회에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독일의사 폴러첸씨가 직접 촬영한 병원시설이나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현실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준비한 7인 탈북자들의 송환당시 모습은 많은 외국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인권문제는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에겐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에 비하면 이미 천국에 비견될 정도로 모든 것이 개선됐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

사실 지금에 와서야 북한 인권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아쉬움이 크다. 이미 60년대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사실 죽을 사람은 거의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더 이상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햇볕정책에 대한 의문과 상호주의 등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다른 방도들이 나왔지만 역시 인권문제는 모든 문제에 우선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듯 했다.

오래 전부터 만나왔던 수잔 숄트여사(美 방위포럼 회장)나 오가와 하루히사(전 도쿄대 교수), 김민주(전 조총련 간부), 칼 거시먼(美민주주의진흥재단 회장)씨 등과 반갑게 만났다. 영화제작 사업을 하는 한 캐나다 분은 탈북자들과 포옹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면 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같은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들에게 이러한 위로를 받고나니 인간에 대한 사랑은 민족을 떠나 인류보편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외국인들은 진정한 남북 간의 평화나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은 인권문제가 해결돼야 가능한 것으로 믿고 있으며 어설픈 남북화해나 무원칙한 햇볕정책은 오히려 주민들에겐 고통만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간을 학대하고 개인우상화가 절정에 이른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외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강력한 항의뿐이다. 기자가 만난 외국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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