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있는 5㎿급 가스 흑연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ELWR)를 가동하기 위해 연료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최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 “5MW 원자로용으로 추정되는 연료제조 공장이 80년대 폐기된 원자로 가동을 위해 지어졌던 시험용 연료제조 공장 자리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됐다”고 23일(현지시각) 밝혔다.

‘38노스’는 “2009년부터 공장 리모델링이 시작돼 2010년 이후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쓰레기장에서 회색 물질이 목격된 것은 연료제조 공장에서 나온 재를 처분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38노스’는 이어 “연료봉을 만드는 데 쓰이는 불산이 표백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붕에 하얀 연기자국이 있다면 공장이 가동되는 징후”라며 “지붕 끝의 작은 통풍구 중심에 난 자국은 화학가스나 수증기를 내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가스 흑연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 가동 준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변에 있는 5MW 가스 흑연 원자로는 북핵 위기의 국면마다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다 지난 8월 말부터 다시 가동되고 있다.

38노스는 개축된 연료제조 공장에서 5MW 이외에 과거 50MW 원자로를 위해 만들어진 1만2000개의 연료봉을 재공정하는 작업을 병행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5㎿급 가스 흑연 원자로가 플루토늄을 생산해내려면 기존 연료봉 2000개 이외에 새로운 연료봉 6000개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어, ‘38노스’의 분석대로 북한이 원자로 연료생산에 들어갔다면 북한이 원자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제조를 시작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처럼 북한이 핵무장 능력 제고에 나선 것은 곧 북한이 난맥상을 겪고 있는 6자회담 당사국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8노스’는 이어 실험용 경수로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연료제조 공장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시험용 연료제조시설의 북쪽에 있으며, 영변 핵시설 내 건물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38노스’는 이 공장이 올해 중순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했다.

‘38노스’는 이 실험용 경수로에 대해 “아직 가동 준비단계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 “연료제조 공장이 연료를 본격 생산하려면 앞으로 수년이 걸려 2015년 말이나 2016년에서야 실험용 경수로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