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들에겐 금요일이 주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다. 주간에 쌓인 스트레스를 불태워 푼다는 의미에서 '불금'이라고까지 한다.

북한에도 금요일은 '불금'이다. 남한은 스트레스를 '불태우는 금요일'이라면 북한은 정권이 '노동의 날'로 강제화하고 그 동원에 빠지면 불법이 되는 '불금'이다. 어쩌면 더더욱 스트레스가 쌓이는 '불금'인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주6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직장업무에 집중하고 금요일은 육체수양단련 명목의 금요노동을, 토요일은 정신수련 명목의 정치행사를 해야 한다.

북한 정부는 이를 두고 혁명가의 심신균형 단련을 위함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자신의 업무와 별개로 이 일 저 일에 동원되며 시달려야 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자기 업무 외 또 다른 강제노동일 뿐이다.

2006년도에 탈북한 회령출신의 탈북자 김경철(가명) 씨는 "오히려 생활총화를 하는 토요일보다 금요일이 더 싫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소규모로 열리는 부서별 생활총화의 경우 만성화되어 친한 사람들끼리 서로 짜고 비판할 정도로 형식적인 분위기이다.

그런데 금요노동은 먹고 살기도 힘들어 육체소비가 큰데 꼼짝없이 육체노동을 강요 당해야만 하니 고통이 여간만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람찬 '금요'노동~ 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었는데,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보람찬 '강제'노동~으로 가사를 바꿔서 불렀던 기억이 난다(웃음)"고 회상했다.

2009년에 탈북한 평양 출신의 탈북자 김용만 씨는 "금요노동이란 당정간부 및 사무원들이 매주 1회씩 의무적으로 참여하여 행사하는 의무노동의 하나로, 그 형태도 다양하다.

농사계절에 따라 모내기, 김매기, 가을걷이(추수)를 한다. 농사일이 없을 때는 건설노동에 참여하거나 그도 아니면 직장 근처 풀밭의 잡초라도 뽑아야 한다. 사회적 동원이 없을 때에는 직장 별 자체로 갖고 있는 부업 농장에서 일해야 한다."

"그래도 예전에는 금요노동이라고 해봤자 대충 일하는 시늉만 해도 되는 분위기다보니 야외로 놀러나가는 기분마저 들고 좋았었는데,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부터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김씨는 말했다.

또 "각 부서별로 할당량이 있으니까, 우선 그걸 다 채워야 한다. 중앙당 같은 경우는 부업농장(주말농장과 유사)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1994년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부터는 정부에서 쌀 배급을 못하니까 아예 자체적으로 농사를 해서 먹으라고 준 것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금요일 하루 애써 일을 하는 수밖에..."라며 씁쓸해 했다.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시간을 달리는 한국과 북한의 금요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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