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개를 물어뜯는’ 북한 세계에서 자신의 길을 알고 있는 김정은은 정적(政敵)들의 무덤에서 춤추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김정일이 1970년대 중반 2인자 권력을 행사하던 삼촌 김영주를 숙청한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장성택을 제거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한반도 전문가인 알렉산더 만수로프 연구원이 북한전문 동향 웹사이트인 ‘38노스’에 올린 분석 리포트에서 “장성택 숙청은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최대 정치이벤트’”라며 지적한 표현이다.

미국의 대다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의 장성택 숙청과 관련, 북한에서 앞으로 광범위한 대규모 숙청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고 입을 모아 전망하고 있다.

또 김정은 정권에 대해 ‘체제 안정’과 ‘체제 불안’의 해석이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의 지속적인 숙청이 북한 사회를 크게 동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0일 “집권 초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군부(軍部)를 대상으로 숙청을 했는데, 노동당 행정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장성택 숙청 이후에는 내부 가상(假像)의 정적들에게로 칼날이 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의) 장성택 숙청은 김정은이 최고 인사를 제거할 만큼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연쇄 숙청으로 북한 내부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도성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수석연구원은 “김정은이 권력층 인사들을 숙청, 처형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공고화하려고 한다면 그만큼 권력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스팀슨 센터의 앨런 롬버그 연구원은 “이번 숙청은 김정은이 전면적인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동시에 북한 최고위층 내부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정치적 동요를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대숙청이) 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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