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환 기자가 보는 長실각

장성택, 최근 권력 커졌지만 김정은 권력 안정화의 바탕 완전한 제거는 큰 부담될 것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최측근들인 리용하, 장수길 부부장의 처형 소식은 북한의 권력지도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장성택은 김정일 생전, 늘 목숨을 위협받으며 살얼음판을 걷는 인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2008년 6월 김정일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아직 후계자 문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 신변에 이상이 생기자 그 권력 공백기를 장성택이 메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시 김정일에 의해 구금됐던 많은 고위 인사를 대거 석방시키며 인심을 얻었고 북한 핵심 권력을 빠르게 장악해갔다. 그 가운데 김정일 권력의 핵심이었던 이제강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과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반탐 부부장을 제거하는데 성공해 사실상 장성택의 정적(政敵)은 김씨 가문과 군부 일부 세력을 제외하면서 모두 사라졌다.

 김정일이 장성택에게 바란 것은 과거 자신의 권력을 이행해준 삼촌 김영주처럼 아들의 권력을 만들어 주는 ‘조력자’ 역할이다. 하지만 ‘토사구팽’의 역사를 잘 아는 장성택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권력을 의도적으로 확대해왔다. 북한 당(黨), 정(政), 군(軍)의 고위 간부들도 북한의 실세는 장성택이라는 인식을 굳혔다.

어떻게 보면 장성택에게는 위험해지는 시기였고 절제되지 않는 권력이 화를 자초했거나 김정일의 시나리오대로 김정은 핵심 그룹들이 행동을 시작했을 가능성, 두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장성택 측근들이 저지르는 부정행위들은 장성택을 공격할 빌미가 됐고, 이를 계기로 김정은의 측근들은 장성택의 손과 발을 잘라 커진 권력을 제어할 타이밍을 잡은 것이다.

김정은에게 장성택은 견제의 대상이지만 완전한 제거로 가기에는 여전히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군부와 노동당에서 양대 권력을 유지하는 장성택과 최룡해는 김정은 권력의 초기 안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군부 경험이 없는 최룡해가 야전파 핵심 장군들을 무더기로 숙청하면서 군부 권력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부글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성택이라는 한 축이 무너진다면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권력 견제보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만약 김정은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아버지 김정일을 흉내 내면서 무자비한 칼자루를 장성택에게까지 행사한다면 결국 불안정한 3대 세습이 더 빨리 붕괴되는 시초가 될 수 있다./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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