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디르크 슈테겐 북한사무소장이 북한의 주요 곡물 생산량이 3년 연속 증가했지만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 영양소 결핍으로 심각한 발육 부진을 일으키는 '숨은 기아(Hidden Hunger)' 문제는 약 80%의 북한 가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방문 중인 슈테겐 소장은 28일 베이징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은 일반적으로 쌀이나 강냉이 등 곡물에 한정돼 있어 이를 통해 주로 탄수화물만 섭취할 수 있을 뿐 영유아와 산모들은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에 앞서 슈테겐 소장은 약 47만 명의 북한 영유아가 심각한 발육 부진을 겪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이 503만t으로 작년보다 5% 늘어났지만 여전히 34만t 가량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이 부분적인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슈테겐 소장은 북한 가정들이 지역 시장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는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양실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WFP는 지난 1995년부터 북한에 식량 원조를 해왔고, 현재 북한의 유치원과 학교 등 1만8000여 개의 기관에 식량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WFP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제3차 핵실험까지 실시한 후 북한 기부금이 급속하게 줄어드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시리아 사태 등에 모이면서 이달 중 북한을 위한 상당한 규모의 기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내년 1월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를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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