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미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나온 것과 관련,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정면 비판하고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는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강론에서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하면서 독도에서 훈련하려고 하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해요? 쏴버려야 하지, 안 쏘면 대통령이 문제 있어요”라면서 “NLL(서해북방한계선)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라고 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연평도 포격 도발 3주기인 2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며 “흔들리는 지반 위에 집이 바로 서 있을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중심가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국민행복도, 경제 활성화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새 정부는 국민과 함께 국가의 기본가치를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전날 “기도란 잘 되기를 바라면서 은총을 깅원하는 것으로 아는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잘되라는 것이 아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대통령 물러나라고 기도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매우 격앙된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뉴시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사제단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엄연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연평도 폭격을 정당화 시키는 등 북한의 대남 선동논리에 동조하는 것으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논평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논평에서 “그 의도의 불순함이 극단에 달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민 대변인은 “종교단체가 이러한 모임을 했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어제 모임에서는 한 원로신부가 강론 중에 NLL(서해북방한계선)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우리 젊은 영혼을 모욕하고 북한의 도발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며 “이는 일부 극소수의 종교 관계자 모임에서 나온 발언이며, 결코 전체 카톨릭 신도들의 생각은 아니라 믿는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그러나, 다른 날도 아닌 연평도 포격 도발 3주기를 하루 앞두고 나온 이 같은 발언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영령과, 지금도 북한의 도발 위험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우리 국군 장병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국민의 선택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함으로써 그 의도의 불순함이 극단에 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아직도 냉전시대의 타임캡슐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래서 시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소수 극단적 정치 세력에게 고한다”며 “이제는 그 깊은 잠에서 깨어나 현 상황을 똑바로 직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제단의 말씀에 겸허히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제단의 입장은 박근혜 정권의 국민불통과 엄중한 정국에 대한 무책임함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종교인은 마땅히 정의로워야 할 세상에 대한 기도와 질타를 해야 할 의무가 있고, 정치인은 종교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제단의 목소리에 반성적 자세로 임하는게 아니라 반목과 대립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려 하고 있다”며 “비판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국민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오히려 국기문란의 주범 국가정보원과 국선변호인 역할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회피하는 청와대가 헌법불복과 국정혼란과 삼각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성경 말씀에 마땅히 외쳐야 할 자들이 소리치지 않으면 ‘돌들이 소리 지르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사제단은 돌들이 소리 지르기 전에 사람의 목소리로 정의구현을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사제단이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돌들’이 소리지르며 일어서게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지부 신부들은 전날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시국 미사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기관이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7월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시국 미사와 시국 선언 등을 이어왔으나 박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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