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지방급 경제개발구(특구) 13곳과 신의주 특수경제지대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북한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 농업·공업·관광·수출 가공 등으로 분야를 나눠 2~3㎢의 소규모로 특구를 개발하고, 특구마다 1억~2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지방급 경제개발구보다 규모가 큰 중앙급 경제개발구도 추가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이 경제특구를 14곳이나 한꺼번에 지정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동안 나진·선봉, 위화도·황금평, 개성공단, 금강산 등 국경 지역을 제한적으로 개방했던 것과는 달리 평양 인근에까지 개발구를 두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북한이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외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해 금융·무역 거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制裁)를 받고 있다. 북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나설 외국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투자 기업의 재산을 몰수하고, 통행·통신·통관에 관한 합의 문서를 휴지 조각처럼 폐기해버리기도 했다. 북한이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려면 북한의 정책과 법률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북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깨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북한이 행동은 기분 내키는 대로 하면서 말로만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하면 그 말을 믿을 외국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중국은 1980년대 개혁·개방에 나서면서 처음엔 홍콩과 동남아의 화교(華僑) 자본을 끌어들였다. 화교들이 중국 투자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외국 기업들도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덜고 중국 특구에 뛰어들었다. 북한이 진정으로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 개발을 원한다면 우선 한국 기업들로부터 투자할 만한 곳이라는 확신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외국 기업들이 뒤를 따르게 된다. 개성공단에 대한 합의를 지키는 게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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