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비전' 세미나, 中 베이징大 진징이 교수]

"중국에 위협은 분열된 한반도, 北에 시급한 건 경제발전… 핵·경제 병진정책 성공 못해"
'韓 주도 통일' 지지엔 선 그어

 
 
진징이(金景一·사진·60) 베이징대 교수는 20일 "(북한의) 핵무기·경제 건설 병진 노선은 상호 제약적이고, 함께 이루기 어렵다(難以幷進)"고 말했다.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실 부주임 등을 지낸 진 교수는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전까지도 한반도 긴장의 원인으로 냉전 체제와 미국의 강경한 대북 전략을 꼽았고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학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진 교수는 이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동북아역사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한반도 통일비전과 한·중 관계의 미래' 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 건설의 중요성은 더 커졌지만, 북핵 문제가 장애가 돼 경제 발전을 막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국면에서 북한에 시급한 것은 경제 발전"이라며 "북한은 핵개발과 경제 건설 가운데 한쪽으로 몸을 기울여야(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진 교수는 "중국은 평화적인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굴기(�起)한 중국이 한반도에 위협이 된 적이 없고 오히려 혼란하고 약한 중국이 한반도 정세에 위협이 됐다"며 "마찬가지로 중국에 위협이 되어 온 것은 분열된 한반도이지 통일된 한반도가 아니다"라고 말해 한반도의 통일이 중국의 국익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굴기한 중국과 통일된 한반도의 관계는 동북아에서 상호 가장 안정적인 주변 관계가 될 것"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진 교수는 이날 "(최근) 중국이 이미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을 언급하며 "오판(誤判)을 방지하는 것이 중·한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해 한국 주도 통일에 대한 명확한 지지에는 선을 그었다.

세미나에 참가한 다른 학자들도 김정은 체제가 병진노선을 수정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북한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 30년간 핵 선군정치를 계속한다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거쳐 '식물국가화'되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과 경제 발전이라는 '병진노선 1.0'에서, 비핵안보와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병진노선 2.0'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이사장은 "이는 북한 혼자 이룰 수 없고 한국, 동아시아, 지구적 차원의 국제적 협력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현 외교부 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남북이 자유롭게 오가는 새로운 한반도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고 경제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북한 핵을 제거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고, 한·중이 함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누리는 것이 한·중 양국이 한국의 꿈, 중국의 꿈을 넘어 동북아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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