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28일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쓴 우리 언론인과 북한 전문가 18명의 이름을 들어 "역사는 모략 보도를 일삼는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고 협박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들이 우리 공화국에 대해 '폐쇄국가', '(핵과 경제 발전을 동시 추진하는 북의) 병진 노선의 실패' 등 거짓으로 가득 찬 악담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 헤리티지 재단 등이 발표한 '2013 경제 자유 지수'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177개국 중 꼴찌였다. 국제 언론 감시 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지난 5월 발표한 언론 자유 평가에서도 북한은 196개 나라 중 꼴찌였다. 유엔과 국경 없는 기자회 등의 인권, 언론 자유 조사에서도 북한은 늘 꼴찌다. 올해 초 북한 김정은이 내건 '핵개발과 경제발전 병진(竝進) 노선' 역시 중국 전문가들까지 공개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을 갖자고 하는 것이나, 지난 9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나흘 앞두고 갑자기 취소해 버린 북한의 대화 전술을 비판하는 것은 한국 언론의 기본 책무다.

북은 1997년 6월엔 조선일보의 김정일 비판 사설을 문제 삼아 "신문사를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하더니, 작년 6월엔 한국 주요 언론사의 위도·경도 좌표를 공개하면서 "무자비한 성전(聖戰)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실제로 지난해 신문사의 신문 제작 시스템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랬던 북한이 이제 개별 언론인을 직접 협박하고 나섰다.

북한은 자신들이 '최고 존엄(尊嚴)'이라고 부르는 김일성-정일-정은 3대(代) 권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언제나 격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그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을 호칭·직함을 뺀 채 '역도'라고 부르기 일쑤였고 대통령의 사진을 북한 군견(軍犬)이 물어뜯는 장면을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북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괴뢰 대통령'이라고 했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제안을 '황당한 궤변' '요사스러운 언행' '악담질' 같은 원색적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다. 한국 언론이 북한 김정은을 향해 이런 표현을 썼다면 북한은 어떻게 나왔겠는가. 북한의 주장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이 삐뚤게 나왔다고 해서 거울을 탓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