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유화제스처.. 긴장 완화 의도
북핵대화 위해선 현 남북관계론 부족하단 판단 관측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이날 북한 조선적십자 중앙위원장 명의로 전달받은 전통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통일부는 "북한이 25일 판문점을 통해 월북자 6명을 돌려보낼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2013.10.24/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이날 북한 조선적십자 중앙위원장 명의로 전달받은 전통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통일부는 "북한이 25일 판문점을 통해 월북자 6명을 돌려보낼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2013.10.24/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이산가족상봉 연기 이후 남북 간 경색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월북자를 송환하는 등 대남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북한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핵문제에서 이렇다할 진전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 경색도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최근 북한의 대남 동향으로 봤을 때 남북관계가 국지적으로나마 긴장이 완화하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갈림길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대남 유화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정황은 지난 24일 월북했던 우리 국민 6명을 남측으로 송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데서 일단 확인된다.

북한의 월북 인사 송환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북한이 대남 비방 수위를 높이고 있었던 흐름을 감안하면, 남측에 대해 북측 나름의 인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변화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비슷한 시기 우리 국회의원과 수행인원 등 모두 49명의 국정감사 활동 차원의 개성공단 현장시찰도 수용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해 대남 비방 수위를 높이고 있었다. 그랬던 북한이 이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선 금강산관광 재개에 노림수를 두고 이산가족상봉 협의를 이어나가기 위한 포석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종합적인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 9월 이산상봉 행사를 연기한 것은 남측이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이산상봉 문제의 분리원칙을 고수한데 따른 대응 측면이 짙었다. 북한은 이산상봉과 금강산관광을 '맞거래' 개념으로 보고 있는 만큼 금강산관광 재개가 어느정도 보장되지 않으면, 이산상봉이라는 선물도 주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정리된다.

일단 이같은 연유로 이산상봉이 연기되긴 했지만, 남북이 지난 8월 실무접촉에서 "남과 북은 11월 안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한 차례 더 진행하는데 공감하면서 추석 계기 상봉이 끝난 직후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열고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한 만큼 조만간 북측이 이산상봉 협의에 응해 올 명분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은 내년 경제사업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올해 좌절된 금강산관광 재개사업을 내년에 시작해야 할 입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북측의 최근 유화 제스처가 이산상봉 의제를 다시 부각시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로 다가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할 측면이 충분한 것이다.

북핵문제 측면에서도 북한으로선 남북관계 긴장완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은 최근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것으로 관측할 수 있는 신호들을 보내고 있는 등 핵개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국 등 주변국들은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맞서고 있지만, 미중 간 협의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한 새 정권 들어 이산가족상봉 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는 최근의 남북관계 상황으로는 북핵대화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긴장완화가 북핵대화 재개의 필요조건인 측면에서 남북관계를 어느정도 유연성있게 가져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이 조만간 남측에 이산상봉 협의의 재개를 타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11월 이후로 넘어가면, 추운 날씨 등으로 이산가족상봉이 수개월간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측면에서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정황으로서는 북한이 이산상봉 협의를 제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이산상봉협의 제안을 해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만, 금강산관광 문제와의 분리 원칙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이 잇단 유화제스처를 취한다고 해도 금강산관광과 6자회담 재개 등의 문제가 북측의 의도대로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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