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오늘날 북한 연극은 항일혁명시기에 김일성이 오가자, 무송 등지에서 공연했다는 <피바다>, <꽃 파는 처녀>, <한 자위단원의 운명> 등 일종의 촌극 형태였을 '항일혁명연극'의 유일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되어 있다.

3대 명작이라는 이들 작품은 1969∼74년 사이에 대규모 혁명가극으로 각색되어 공연되기 시작한 후 더 이상 연극으로는 공연되지 않는다. 그 대신 1978년 6월 14일 김정일이 연극 <성황당>을 대규모 무대에다 음악, 무용 등을 가미, 새롭게 창작하도록 한 후 '<성황당>식 혁명연극'이란 새 장르의 정착과 발전을 보게 된다.

'주체예술의 새 전성기'를 열게 하였다고 주장되는 성황당식 혁명연극의 5대 대표작으로는 <성황당>, <혈분만국회>, <3인1당>, <경축대회>, <딸에게서 온 편지>를 꼽고 있다. 5대 혁명연극 외에 1980년대에 성황당식 혁명연극으로 새롭게 창조된 현대극으로는 <초석>, <조국의 품을 찾아서>, <이 길을 간다>, <어머니와 아들> 등을 들 수 있다.

성황당식 혁명연극

1930년대의 항일혁명연극을 새로운 연극형식으로 정초하기 위해 북한의 국립연극단이 약 5년의 기간 동안 연구하여 1970년대 후반에 내놓은 연극. 성황당식 연극은 과거의 항일혁명연극을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면서 대중들의 사상과 감정에 맞도록 새롭게 창작하려는 목적 하에 산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주체문예이론에 입각한 항일혁명연극의 재창조인 것이다.

그 특징은 첫째, 내용상 자주성을 위한 대중들의 투쟁을 담고 자주적인 인간 형상을 창조한다. 둘째, 형식면에서 종래의 낡은 형식에서 벗어나 대중의 미감에 맞는 새로운 수법을 창조한다. 셋째, 대사와 연기면에서 사실성을 높여 작품의 주제에 공감을 준다. 특히 화술의 기본이 되는 음색·고저·장단·강약·속도·박력 등의 표현수단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넷째, 기존의 제한된 막과 장에 의한 구성 대신 장면의 전환을 자연스럽도록 한다. 다섯째, 무대미술의 입체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대를 사실적으로 장치하고 조명을 활용하여 무대의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우의 연기와 주제를 전달하는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1970년대 이후로 성황당식 연극이론에 입각한 혁명연극을 장려해왔다.

대표작으로 <성황당>(1978), <혈분만국회>(1984), <딸에게서 온 편지>(1987), <경축대회>(1988), <3인 1당>(1988) 등의 5대 혁명연극이 있다. 이 중 <3인 1당>은 1990년 4월 소련의 모스크바 국제연극축전에도 참가한 바 있다.

조직과 기구

연극인의 조직으로는 조선연극동맹이 있고, 공연단체로는 국립연극단, 평양연극단, 평양청년연극단, 중앙방송연극단, 인민군연극단, 인민보안성연극단, 철도성연극단 등의 중앙단체가 있다. 지방단체로 각 도의 중심 도시에 1개의 연극단이 있으며, 인민군 각 군단 연극단이 있다.

모든 극단은 조선연극동맹에 소속되어 있으며, 동맹은 문학예술총동맹 산하이다. 문예총 위에는 내각 문화성이 있으며 당중앙위 선전선동부의 지시를 받고 있다.

연극인 양성은 평양문학대학과 연극영화대학, 예술학원, 예술전문학교 등에서 하며 이외에도 정부 관할 지방 극단에서도 이루어진다. 교육제도를 보면, 모든 대학의 입학 절차는 1차적으로 '대학생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몇 단계의 절차를 걸치는 등 까다로우나 연극은 특수조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재능이 있다고 인정되어 선발되면 인민반(소학교과정) 4년을 졸업하고 바로 10년 과정의 예술학교를 다니게 되며 졸업과 함께 예술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수업은 기량 수련, 실기 중심이지만 당성·인민성·노동계급성에 입각한 주체예술 창작원칙 교육이 함께 중시된다.

예술대학을 졸업하면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산하의 소속 동맹에 가입하게 된다. 연극인에 대한 보수는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높으며 사회적 대우도 좋다. 당성과 능력에 따라 인민배우, 공훈배우로 대우받고 다시 1급부터 8급까지 차등을 둔다.

연극대학교 과정을 졸업하면 6급을 수여하고 전문분야가 아닌 일반대학교 졸업생은 8급이며 서클이나 기타 재능이 인정되어 발탁된 사람들은 무급이다. 이들의 급수는 해당 단체에 조직되어 있는 급수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여 정무원 예술부의 승인을 받아 개인에게 수여된다. 

 연극작품

혈분만국회
1928년 1월 상순에 김일성이 창작하였다는 혁명연극. 김정일의 주도에 1984년 국립연극단에서 성황당식 연극으로 재현되었다. 서장과 9개장으로 구성되었다. 이 작품은 1906년 헤이그 밀사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내용은 을사보호조약 체결로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기고 통감부 통치를 받던 구한말 이준 열사 등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일본 당국의 감시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헤이그에서 개최된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 어렵사리 참석한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 조선 대표는 조선 독립을 호소하지만 회의장 밖으로 쫓겨난다. 이준 열사는 분에 못 이겨 할복자살을 기도한다.

혁명연극은 만국평화회의도 조선의 독립을 선사해 주지는 않았다는 종자에 기초하여 국권회복의 참다운 길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를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열강의 힘을 빌려 독립을 구걸하는 외교론적 독립방안은 어리석은 일이며 오로지 민족자주의식을 가지고 무장투쟁에 나서야만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만국평화회의와 헤이그밀사사건의 교훈에 대한 예술적 형상화를 통하여 제국주의자들은 다 한 통속이며 어떠한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제국주의 열강들은 일본이나 서구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반제, 반외세의식을 고취하는 것이다.

성황당
1930년 만주 지방의 항일무장투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항일혁명연극의 시원으로 꼽히는 풍자극. 1978년 국립극단에 의하여 무대화되면서 이른바 '성황당식 혁명연극'의 본보기가 된 작품이다. 1979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연극은 미신이 사람의 자주의식을 어떻게 피폐하게 하는가를 계급적 시각 속에서 조망하고 있다. 스물 전에 과부가 되어 외동딸 복순이를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는 복순 어머니는 자신의 운명을 기구한 팔자 탓으로 여기며 성황신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복순이를 군수네 집에 보내지 않으려면 당장 빚을 갚으라는 황 지주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성황당에 가서 잔치에 쓰려던 돼지를 바치고 복순이가 군수집에 가게 되더라도 무사히 돌아와 줄 수 있기를 빈다. 그러나 역시 천대받는 머슴 돌쇠의 재치로 복순 어머니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정성으로 섬겨오던 성황당을 부수어 버린다.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도 미신을 믿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믿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복순 어머니의 미신 타파를 제시하고 황 지주와 구장을 희화화함으로써 계급적 자각을 보인 풍자극이다.

꽃 파는 처녀
1930년 가을 만주 오가자에서 러시아 10월혁명 기념 행사를 계기로 김일성이 창작, 공연하였다는 혁명연극이다. 이 작품은 일제 식민통치 하 민중의 착취당하는 생활상과 당대의 사회적 모순을 주인공인 꽃분이의 혁명적 세계관 형성과정에 대한 묘사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김정일의 주도 하에 1972년 혁명영화 및 <피바다>식 혁명가극으로 만들어졌으며, 1977년에는 장편소설로 재창작되었다. 각 예술장르로 재창작된 <꽃 파는 처녀>의 특징적인 면은 집체창작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개인창작의 문학성이나 예술성보다 집체창작의 그것을 보다 강조하는 주체문예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꽃 파는 처녀>는 사상성과 예술성을 훌륭히 조화하여 각 예술부문에서 주체문예사상의 모범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붉은 선동원
1961년 국립연극단에서 창조한 연극. 7장, 연출 리서향. 김일성의 청산리 교시를 받들고 투쟁한 어느 한 농촌작업반의 선동원 처녀를 모델로 하여 창조되었다. 연극은 최진오의 아들 판필이와 딸의 약혼문제로 온 이웃마을 오씨가 이 마을이 농사도 잘못하고 못산다고 하여 되돌아가는 데부터 시작된다. 이를 목격한 작업반 선동원인 주인공 리선옥은 김일성의 청산리 당총회 교시대로 사람들과의 사업을 잘하여 지난날에는 농사가 잘되지 않던 농촌조합을 풍요롭게 만들 것을 결심하고 악착같이 일한다는 내용이다. 선옥의 모범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조합원들이 모두가 단합하여 농사일에 힘쓴 결과 대풍작을 이룩하고 김일성에게 감사한다는 결말이다. 연극은 선옥의 형상을 통하여 시대의 영웅, 생산 혁신자이며 인간개조자인 천리마기수의 훌륭한 성격을 보여주었다. 막을 설정하지 않고 7장으로 극을 구성하여 사건의 진행과 극의 흐름에 속도감과 박력을 준 것이라든가 인물을 훌륭히 개성화한 대사, 1장과 6장의 대비적 구성으로 생활의 변화를 두드러지게 부각한 것을 비롯하여 희곡, 연출, 연기, 미술 등 무대형상의 모든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1980년에 <성황당>식 연극으로 재창조되었다.

푸른 소나무
1968년 국립연극극장에서 창조공연한 혁명연극. 8장. 집체작.
1910년대 후반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김형직의 활동과 풍모를 형상한 작품이다. 국치일을 앞둔 어느날 아침 김형직이 마을 청소년들을 데리고 봉화산에 올라 그들에게 반일사상과 민족적 자부심을 안겨 주는 한편 조선국민회의 각 도 구역장과 대표 모임을 소집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해서 연극의 종반부에서 옥중 투쟁을 보여 주고 있다. 결말에서는 그가 옥중에서 구상한 투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경 연안일대로 옮겨 새로운 투쟁의 길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충성의 해발
1982년에 조선인민군협주단이 창조 공연한 혁명연극. 희곡 리성준, 연출 림성옥, 서장, 9장, 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은 김정숙이 광복 직후 함경북도 경성 일대에서 활동하시면서 김일성의 건국노선을 구체적으로 펼친 업적과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정숙의 노력에 의해 건국 작업에서 밀려나 있던 양조장 주인 박주량과 일가친척들을 비롯한 중산층 기업가들도 새 조국 건설에 떨쳐나서게 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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