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귀성길 고속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유태준씨가 살아 돌아왔음을 알려주는 가족의 전화였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기자는 작년 3월 그가 아내를 데려오겠다며 중국에 갔다가 행방불명된 후 북한에서 처형됐다는 기사를 썼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다 정보소식통의 확인까지 거쳤고, 당국에서는 그의 임대아파트를 회수하고 주민등록까지 말소한 상태였다.

기사가 나간 후 한국과 미국 등지에 그의 생사확인을 위한 시민연대가 구성되었고, 외신들도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응답인 듯 북한은 평양 라디오방송을 통해 작년 6월 유태준씨의 육성 회견을 내보냈다. 그러나 탈북해 서울에 살고 있는 유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목소리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있지도 않은 외삼촌 이름을 거론하는 등 회견내용도 의문 투성이였다.

기자는 회견의 의문점들을 제기하고 제네바 인권위원회에 그의 생사확인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유씨 어머니 이름으로 보냈다.
북한당국은 8월에 2차 회견을 내보냈다. 기자가 제기한 의문점들을 반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때도 어머니는 『아들의 목소리가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국내 한 TV방송이 그의 회견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어디선가 입수해 내보냈고, 이제 그의 생환으로 기자의 기사는 오보로 굳어졌다.

유태준씨는 귀환 후 기자를 만나자 대뜸 『실존 인물이었군요』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근 한 달간 기자회견 연습을 하면서 원고에 적힌 「조선일보 김○○ 기자」 욕하는 내용을 달달 외웠는데 실제 인물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그가 돌아옴으로써 기자의 의문은 대부분 풀렸고 그동안의 「유태준 퍼즐」 맞추기도 끝난 듯하다. 오보의 대가지만 도저히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인물을 만난 기쁨은 너무 크다.
/ 김미영·통한문제연구소 기자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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