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조직을 벗어나 단 하루도 살 수 없게 되어 있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간에 어느 조직이든 가입하지요. 예를 들어 어린이들은 만 13세까지 소년단에 가입해 철저한 조직 생활을 하게 되며, 소년단을 나오면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 가입해야 합니다.

이후 커서 사무원이 될 경우 해당 '직업동맹'에 가입하며, 농민이 된 사람은 '농민근로자동맹'에 가입하게 돼 있습니다. 여자의 경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 있다가 직장에 들어가면 남자와 마찬가지로 직업동맹에 가입되고, 중간에 결혼을 하게 돼서 직업을 갖지 않으면 '여맹(민주여성동맹)'에 자동 가입되게 됩니다.

이렇듯 어떤 방식으로든 조직을 떠나 살 수 없는 게 북한 주민들이고, 또한 이런 조직 생활을 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은 끈임없이 생활 총화를 받게 돼 있습니다. 소년단에 가입하는 인민학교(초등학교) 이상의 북한 주민이면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생활총화'에 무조건 성실히 참여해야 합니다.

여기서 '생활총화'란 북한 주민들이 당이나 근로 단체와 같은 조직에서 각자의 업무와 생활을 반성하고 상호 비판하는 모임을 말합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사상 교양을 시키고 있는 것이구요. 직장인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주 생활 총화', 농민들은 10일에 한 번 열리는 '10일 생활 총화', 학생들은 인민학교 때부터 '주 생활 총화'에 참여합니다. 반면에 문화예술계와 과학계 종사자들, 대학생들은 다른 분야 종사자들과 달리 이틀에 한 번 열리는 '2일 생활 총화'에 참석해야 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생활 총화에서 주민들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것은 호상(남한에서는 상호라고 함) 비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기 잘못은 크게 걸리지 않을 만큼 적당히 하면 되지만 남의 잘못을 비판한다는 것은 감정을 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학교에서는 대개 만만하고 순한 친구들이 호상 비판의 대상이 되기 마련입니다. 한 번에 여러 명이 한 명에게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 자주 비판하면 선생님의 제지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호상 비판 때문에 생활 총화에서 학생들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만약 생활 총화에 일부러 빠지거나 참가하지 않으면 사상 검토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심한 비판을 받게 됩니다. 이 때문인지 북한 주민들과 학생들은 하나같이 조직 생활에 충실하면서 생활 총화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조직생활과 생활총화는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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