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중가요는 한류열풍이라고도 부를 만큼 중화권이나 동남아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죠. 이렇게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대중음악을 좋아한다면 북한의 청소년들은 어떤 노래를 즐겨 부를까요?

북한 가요는 혁명가요, 서정가요, 가극가요, 양성가요(서양식 창법을 사용하는 가요), 민요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가요는 사회주의 건설과 당정책 선전을 위하여 인민대중을 동원하고 인민을 혁명사상으로 무장시키고자 하는 혁명성과 정치성이 많이 배여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상적으로 검열된 노래만 부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많이 보급된 노래는 주로 김일성 부자와 사회주의체제를 찬양하는 혁명가요입니다. 1980년대까지 ‘김일성장군의 노래' 같은 김일성 찬양노래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김정일이 권력전면에 등장하면서 김정일 찬양노래가 잇따라 소개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청소년들은 놀이를 하면서 혁명가요를 많이 부르곤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혁명가요에 다른 가사를 붙여서 시대나 체제를 비꼬아 바꿔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혁명가요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변질되어 불리어지기 시작하자 북한 당국은 사상교양 강화책의 하나로 '휘파람', '동무여 그 사랑 노래부르자', '친근한 이름' 등 과거 북한에서 유행했던 정책가요를 다시 편집하여 청소년들에게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가요의 공통적인 특징은 전투적이고 직선적인 예전의 북한노래에 비해 청소년들의 감정에 비교적 잘 와닿고, 또 가사나 멜로디나 흥겹고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 청소년들도 이러한 노래를 좋아합니다.

이 가운데 전혜영의 '휘파람' 이 정책가요 중 가장 인기를 모은 노래입니다. 휘파람은 한 청년의 짝사랑의 호소를 서구풍의 빠르고 경쾌한 리듬에 담은 노래로 특히, 청소년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 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임수경씨를 통해 북한 전역에 널리 알려진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은 애창되어 심지어 유치원, 탁아소, 소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행진곡으로 부를 만큼 북한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청소년들은 남한 가요도 즐겨 부를까요? 우리나라 노래방에 가면 가요는 물론이고 팝송도 상당수 있습니다. 또 팝송 한 두 곡쯤 모르는 청소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른 나라의 노래들이 유행이 되고 있죠.

그럼 북한친구들은 남한의 노래를 즐겨 부를까요? 북한에는 호텔 등 특수한 곳을 제외하면 노래방 시설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처럼 외국곡들을 쉽게 접할 수 없을 뿐더러 국가에서 승인하지 않는 노래를 부르면 잡혀갈 수도 있답니다. 그래도 청소년들은 북한노래와는 가사뿐 아니라 멜로디도 많이 다른 외국곡들을 좋아한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남한 가요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북한에서는 한국노래를 중국의 연변노래로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한국 노래들을 살펴보면 ‘님과 함께', ’그때 그 사람', ‘당신은 모르실거야', ‘소양강처녀', ‘사랑의 미로', ‘돌아와요 부산항에', ‘우린 쉽게 헤어졌어요', ‘독도는 우리 땅' 등입니다. 특히 ‘사랑의 미로’ 는 북한의 외국 민요집에 올라있을 만큼 인기가 좋답니다.

물론 노래를 부르는 청소년들 중에는 이 노래들이 한국노래인 줄 알고 부르는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보통 90년대 초까지 북한에 들어오는 한국노래 테잎은 중국을 통하여 몰래 들어오는 밀수품으로 연변노래처럼 포장해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제가 악화됨에 따라 감시와 사회질서가 혼란해진 틈을 타서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노래 테잎들이 암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테잎은 발각되기만 하면 밀수한 사람은 물론 판 사람, 그리고 사려고 했던 사람까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래도 북한의 도시에서는 입수 경로가 정확하지 않은 한국 노래 테잎들이 돌아다니는데 북한청소년들은 새로운 노래만 있으면 가사를 적어 배우려고 합니다. 그만큼 한국노래가 북한청소년들의 정서에 맞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노래가 보급 되다보니 대도시에 살고 있는 북한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부르는 노래가 한국노래인 줄 알든 모르든 한 두 곡쯤 못 부르는 청소년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역시 북한은 폐쇄사회여서 공공장소에서 이런 노래를 마음대로 불렀다가는 큰일 난답니다.

-노래방

북한언론에 따르면 북한에도 청소년 전용 노래방이 있다고 합니다. 화면 반주 음악실로 불리는 노래방이 평양에 처음 설치된 것은 1990년대초인데,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평양 청년중앙회관에 250석 규모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노래방은 청년중앙회관 대중정치교양과에서 운영하는데, 이곳을 주로 찾는 이는 근로 청년, 대학 및 전문학교 학생 등 청소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곳을 이용하는 학생은 많지 않은 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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